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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인플레 시대로 방향 튼 한국… '한은 브레이크' 제때 작동할까

더스쿠프 마켓톡톡
70년대 美, 물가 두자릿수 치솟아
고용-인플레 정책에서 심각한 오류
韓 부동산·석유·반도체 깜깜이 물가
향후 물가 상승 강하게 압박할 듯
집값 뺀 가짜 CPI 방치한 한은
빠르고 강경한 정책 선보일 수 있나
우리나라가 당장 미국의 1970년대 大인플레 시대처럼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어 보인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곤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 통계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 깜깜이 인플레 유발 요소 3개를 통해서 우리나라 진짜 물가의 심각성을 알아봤다.
한국은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 가격과 석유류 제품 가격 차이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시스] 한국은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 가격과 석유류 제품 가격 차이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시스]■ 깜깜이 정책과 大인플레이션=1965~1982년 사이 발생한 대大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은 순전히 미국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못 써서 발생한 사건이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이 0.7~1.6%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율은 1966년 3.0%를 시작으로 상승했고, 수시로 두 자릿수를 넘나들었다. 1974년에는 11.1%, 1980년엔 13.5%, 1981년에도 10.3%에 달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고용과 물가는 상반되는 특징이 있다. 연준은 이 특징을 활용해 실업이 자연 실업률보다 높아 보이는 한 인플레이션을 용인해 경제 규모를 잠재 생산량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 상승률이 높아져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영국 경제학자 이름을 따 '필립스 곡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자연 실업률을 정확하게 구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연준이 경기 과열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금리를 높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몇 년 후에나 밝혀졌다. 이는 이 기간 발생한 2차례 오일쇼크와 맞물리면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연준이 일단 기회를 놓치자 뒤늦게 금리를 두 자릿수까지 높여도 경기과열은 식지 않았고, 아무리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았다. 1982년에만 미국 기업 2만5000개가 파산했다. 정부가 깜깜이 통계에 눈이 팔려 잘못된 처방을 한 결과가 바로 大인플레이션이다.

■ 大인플레 촉매① 반도체=우리나라도 정부의 깜깜이 물가 정책이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大인플레이션 시대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CPI 상승률에 포함되지 않지만, 향후 강한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출물가 상승률이 대표적이다. 올해 7월 우리나라 수출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1%였다. 역사적이나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수출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7.8%였지만, 4월부터 4개월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하지만 수출물가의 상승이 즉각 CPI 상승률에 반영되진 않는다. 수출물가 상승의 대부분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때문인데, 이와 같은 중간재 부품의 수출물가 상승은 완성품 가격에 전가돼 물가를 압박한다. 수출품 가격의 급등은 완성품을 거쳐 수입물가의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쉽게 말해서 수출물가의 상승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국내 물가상승률에 포함되고, 얼마나 포함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정부는 기준금리나 환율을 조정해 수출물가의 급등락에 대처한다. 하지만 특정 중간재 가격 상승이 40% 이상 수개월째 지속됐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CPI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줄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참고: 반도체를 향한 질문 "성장동력일까 고물가 배경일까"(더스쿠프·2026년 6월 2일).]

■ 大인플레 촉매② 석유=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연장해 시행하고 있지만, 가격상한제를 석유나 독과점 제품 등에 상시로 적용하지 않는 한 언젠가 끝나게 돼 있다. 지금도 가격상한제를 적용받는 석유류 제품은 보통휘발유, 자동차용 경유, 실내 등유 3가지로 한정돼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지 않는 항공휘발유, 중유, 나프타, 프로판 등 석유류 제품은 국제 석유 가격의 등락에 따라서 정유사가 가격을 결정한다. 보통휘발유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석유류 제품 중에서 약 10%에 불과한 4440만 배럴 정도다(대한석유협회).

석유 최고가격제가 풀리든, 안 풀리든 기본적으로 석유류 제품 가격의 인상은 일차적으로 CPI 상승률에 직접 반영된다. 하지만, 이차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광범위하게 전가되기도 한다. 특히 석유류 제품의 가격은 석유 가격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오르기 쉽다.

석유와 석유류 제품의 가격 차이를 뜻하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는 이미 연초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석유 3배럴을 정제해 휘발유 2배럴과 경유 1배럴을 만들면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버는지로 구한다. 크랙 스프레드는 올해 1월 2일 배럴당 19.84달러에서 3월 2일 38.86달러, 7월 2일에는 57.55달러를 기록했고, 8월 14일 현재 무려 66.72달러에 달한다(RBN에너지). 서비스와 상품 가격에 이런 석유류 제품 가격의 상승이 얼마나 포함되는지는 현재 상황에서 파악할 수 없다.[※참고:'석유 최고가격제' 연장은 왜 고물가 완화하는 최선의 선택일까(더스쿠프·2026년 6월 29일).]

■ 大인플레 촉매③ 깜깜이 집값=집값은 두 가치 측면에서 향후 大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CPI는 주택 매매가격이 완전히 빠져 있어서다. 현재 물가 상승률에 최소 1.70%포인트를 더해야 진짜 CPI 상승률을 구할 수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022년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 통계의 잠재적 괴리 요인' 논문에서 CPI에 이미 반영돼 있는 전월세 물가조차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발표치가 다르고, 2년간의 통계를 보면 0.08%포인트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가 주택의 가격 상승을 CPI에 20%의 비중으로 반영해 보면, 우리나라 CPI 상승률은 지금보다 1.62%포인트 더 높아야 한다.

둘째, 정부가 부동산 수요를 조절해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추구하던 기존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8·3 세제개편안을 통해서는 극히 일부인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시가 20억~30억원대 고가 주택의 세 부담은 오히려 줄여줬다. 부동산 가격은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와 양도세 공제 여부 등 결국 과세를 늘리면 내려간다. 서울 초고가 지역 주택 가격이 호가 기준으로 급락세를 보이는 게 이를 증명한다.

고가와 중저가 서울 아파트 등 집값을 초고가 주택 가격 직전까지는 올릴 수 있게 됐고, 그 양도소득도 온전히 가져갈 수 있어 가격 상향 안정화를 택한 셈이다.

정부가 세제 등에서 사실상 특혜를 준 가격대는 상승하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울 월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3년 8월 11억8519만원이었는데, 2025년 8월 14억2224만원, 2026년 8월에는 15억9490만원까지 높아졌다.

8·13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수요 조절 대신 공급으로 선회하면서 단기간 집값 상승률은 줄이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의 길을 열어줬다. 공급 폭탄은 상대적 고가 주택의 일시적인 수요 분산책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확실히 우상향하는 시장 조성에 가깝다.

여기에 각종 가계대출 규제까지 일부 풀어주면서 공급론의 본질인 부동산 부양책이 완성됐다. 대출의 증가는 시중의 돈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므로 물가에는 강한 상승 압박을 준다. 우리는 집값 상승을 CPI에 반영하지도 않는데, 투자자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은 더 커졌다면, 진짜 부동산 물가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참고:집값 뺀 물가와 마이너스 실질금리: 가짜 환율, 진짜 환율(더스쿠프·2025년 12월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시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시스]■ 최후의 브레이크 작동할까=정부가 알면서도 공급론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부양책을 들고나오고, 반도체와 석유 제품 가격 상승 등에 경고하기는커녕 이를 업적처럼 내세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행이 먼저 물가 과열을 경고하고, CPI에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며, 예상보다 빠르고 강경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바로잡지 않던 한은이지만, 결국 중앙은행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참고:물가, 환율, 전세…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앞 '3가지 한국식 오류'(더스쿠프·2026년 3월 31일).]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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