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임금구조 성과급 비중 높아
성과급 빠지면 주담대 한도 줄어
내집 마련 앞둔 청년층에 날벼락
기업 규모 고려한 정교한 설계를 #1.결혼과 내 집 마련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30대 A씨는 중소기업 영업사원이다. 일에 매진해 평년보다 성과급을 배로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대출한도를 끌어올리려던 계획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2.계약직 근로자였던 30대 B씨는 올해 초 같은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연봉이 40%가량 올랐다. 내년 2월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최근 주택 매매약정서를 썼지만 대출한도가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8·13 부동산 대책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산정 기준을 개편하기로 하면서 소득 변동폭이 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는 DSR 산정 시 근로소득을 최근 1개년 소득 기준으로 본다. 성과급과 같은 일시적인 소득 증가도 상시소득으로 인정돼 최근 1개년 소득에 포함돼 왔다.
그런데 내년 1월부터는 성과급으로 소득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상시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과급을 포함한 소득상승률이 20%를 넘으면 최근 2개년 평균소득을, 30%를 넘으면 최근 3개년 평균소득을 적용해 DSR을 산정하기로 했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억대 성과급 지급이 확산되면서 과도한 대출 취급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 변동성이 큰 중소기업 청년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IT·게임 개발, 제약 바이오 및 의료기기 영업직, 광고대행사, 미디어 외주회사 등은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소규모 영상 제작 회사에 재직 중인 40대 C씨는 "장기 프로젝트를 마친 후 성과급이 들어오기 때문에 낮은 기본급보다 성과급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소득 인정을 오롯이 받지 못한다고 하니 집을 산다는 것이 점점 남의 일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씨가 매년 연봉 5000만원을 받다가 올해 성과급 3000만원을 받는다면 연소득은 8000만원이지만 DSR 산정에는 3개년 평균소득인 6000만원만 반영된다. 이 경우 DSR 40%를 적용한 대출 한도는 32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800만원 줄어든다.
또 계약직으로 매년 3600만원을 받던 B씨가 정규직이 되면서 5000만원을 벌게 된 경우에도 3개년 평균소득인 약 4067만원만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B씨는 "이직한 경우 새 회사의 연봉만 산정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지만, 나는 동일한 회사에서 연봉만 오른 경우"라며 "이번 대책에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니 더욱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DSR 소득 산정 기준의 합리화'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일부 청년들에게는 비합리적인 대책으로 비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출 전문가인 강연옥 플팩 대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기본 연봉 자체가 높은 대기업 근로자는 성과급 인정 기준이 강화돼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성과에 따라 소득을 끌어올리는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일률적인 평균보다는 실제 소득 증가와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