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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美 육군 10조 자주포 시장 진출...나토 까지 '뚫었다'

2억6290만달러 계약...글로벌 방산 기업 제치고 단독 선정
美 국방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부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 사업에 제안한 'K9MH' 자주포 모습. 한화디펜스USA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 사업에 제안한 'K9MH' 자주포 모습. 한화디펜스USA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육군 차기 자주포 현대화 사업(MTC)의 시제품 공급사로 선정됐다. 독일·영국·스웨덴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을 제치고 최대 2억6290만달러(약 3716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향후 양산 단계에서 약 10조 원대 규모의 추가 수주가 유력하다. 한국 방위산업이 최강 미군 시장에 진출한 첫 완성 무기 체계 수출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로의 수출 확대를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한화, 기술력과 납기 능력 동시 인정받았다
19일 미 육군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버지니아주)는 이동식 전술포(MTC) 시제품 공급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군은 약 4년에 걸쳐 시제품 6문으로 성능시험을 진행한 후 최대 12문 추가 납품 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한화는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스웨덴 아쳐, 이스라엘 엘빗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사들과 경쟁에서 이겼다. 한화는 궤도형 K9을 차륜형으로 개조한 'K9MH'를 제시했는데, 포탄과 장약을 자동으로 장전·발사하는 완전 자동화 포탑을 탑재한 모델이다.

이번 사업은 미군이 현재 운용하는 M777 155mm 견인포 대체 사업이다. 견인포는 자체 동력이 없어 견인차량에 의존하는 구형 장비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레이더 기술이 발전하면서 포병진지의 노출시간이 극도로 단축되자 기동성 높은 차륜형 자주포 도입이 필수다. 미군이 이 사업에 나선 것은 현대 전장에서 '발포 후 신속 이동'이 생존 전략이 됐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육군은 약 4년에 걸쳐 K9MH 6문의 운용시험을 진행한다. 병사 중심의 실전 환경 평가를 통해 전력화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시제품 공급사로 단독 선정된 것 자체가 기술력 검증을 의미한다.

K9은 폴란드·노르웨이·핀란드·루마니아 등 나토 회원국에서 현역 운용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신뢰성이 입증됐다. 미국 표준탄약과의 완벽한 호환성은 물론 미국 내 현지 생산 역량도 한몫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의 유휴공장을 3년간 임차했고, 약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투자해 K9MH 생산·시험시설을 구축했다. 아칸소주에 약 13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탄약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단순 조립·납품을 넘어 미국 내 완전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 기조 속에서 현지 고용과 기술 이전을 강조하는 한화의 접근법이 승점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배경은 미국 국방부의 '공급망 위기'다. 중국 굴기와 러시아 침략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미국 방위산업 단독으로는 전 세계 수요 충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기업의 역할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NATO 시장 진출의 '신호탄'
한화는 지난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60조원 규모)과 올해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 사업(6조원 규모)에서 독일 경쟁사에 패했다. 그러나 이번 미군 자주포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나토 진출의 '전환점'이 됐다.

미국은 나토의 사실상 맹주이며, 미 육군이 채택한 무기 체계는 자동으로 나토 표준으로 인정된다. 이는 향후 폴란드·루마니아·핀란드 등 나토 국가의 포병 현대화 사업에서 한화가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가 동부 강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K9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지상 장비뿐 아니라 해양 분야까지 미국 시장을 다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화는 2024년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통해 미국 해사청의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사업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미사일 해상 계측선(MRIV) 프로젝트까지 확보했다.

특히 MRIV는 트럼프 행정부의 본토 방어용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돔' 구축의 핵심 함정이다. 노스롭그루먼과의 로켓 추진체 공동개발 협약까지 고려하면 한화는 미 국방부의 '육·해·공 전방위 공급사'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미국이 중국 해군의 양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체에 전투함 납품 길을 열어주려고 시도하는 상황에서, 지상·해양 장비 납품을 통해 구축된 한화의 신뢰는 전함 수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MTC 사업 수주는 K9 자주포가 단순 국방력 강화를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증명이자, 나토 및 인도-태평양 시장 진출의 첫 관문이다. 향후 양산 단계 진입 시 한화의 방위산업 매출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나토 회원국들의 차기 포병 현대화 수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재구축 전략 속에서 한화는 이제 단순 수주사를 넘어 미국 방위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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