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위해선 농협법 개정이 먼저
수천억 비용 대비 효과도 논란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농협 노조가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노정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노조는 농협이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18일 NH농협지부 관계자는 "오는 21일 서대문 본관 앞에서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하는 반대집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이동해 농협 지방 이전 논의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며 "농협의 지방 이전은 조건과 시기 등을 논의할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안이 발표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이전 대상에 농협이 포함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총파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옆 의사당대로에서 NH농협지부가 한국산업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한국수출입은행지부와 함께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NH농협지부◆농협법에 박힌 '서울 본점'…이전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농협중앙회는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회원조합의 출자를 자본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임원의 선·해임과 사업계획, 예산·결산 등 주요 의사결정도 회원조합으로 구성된 총회와 대의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제114조는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정관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려면 농협법부터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에는 서울로 명시된 주사무소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무소 소재지를 정하거나 지·사무소를 설치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선 21대 국회에서도 중앙회 주사무소 소재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공공기관도 아닌데"…정부가 이전 요구할 법적 근거는= 농협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농협중앙회 사무소 소재지를 정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협동조합인 중앙회의 설립 목적과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률에 서울 본점을 두도록 규정했던 기관이 지방 이전을 위해 소재지를 정관에 위임한 사례도 있다. 산림조합중앙회와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이 대표적이다. 농협 역시 법률 개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다.
◆1천여명 옮기는데 수천억원…'비용 대비 효과'도 논란=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농협은 전국에 지역본부와 시·군지부 등 190여개의 지역 조직을 두고 있다. 교육원과 해외사무소 등을 포함하면 지·사무소만 200곳이 넘는다. 범농협 임직원은 약 9만6000명이며, 농협중앙회 임직원은 29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 본점 근무 인력은 1167명으로 추산된다. 지방 이전에 따른 세수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가 2024년 서울시에 납부한 재산세·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는 약 36억원 수준이다. 반면 이전 비용은 막대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분석한 주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에서는 기관에 따라 1인당 2억5000만원에서 5억원의 이전 비용이 발생했다. 1인당 3억원을 단순 적용하면 서울 본점 직원 1167명 이전에만 약 3500억원이 필요하다. 사옥 확보와 직원 주거·교육 지원, 업무 공백 등 간접비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농협 노조는 1167명 가운데 실제 지방 이전이 가능한 인력은 약 46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지역으로"…이전지 선정도 또 다른 뇌관= 어느 지역으로 옮길지도 문제다. 2025년 3월 기준 농협중앙회 회원은 1111곳, 대의원은 294명이다. 대의원회는 총회를 대신해 정관 개정과 임원 선출, 사업계획 승인, 결산 승인 등 주요 사항을 의결한다. 본점 이전이 현실화하면 전국 회원조합을 중심으로 유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농협은 전국 농업인과 지역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인 만큼 특정 지역을 이전지로 정하는 과정에서 회원조합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