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2·3상 진입하며 개발비 부담 확대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이 대규모 개발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인 뒤 기술수출하거나 직접 상업화까지 노리는 전략이 확산하면서 연구개발(R&D)과 임상, 생산 등에 필요한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이다.
19일 아시아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 상반기 신약 R&D와 임상, 생산·상업화 준비 등에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주요 상장 바이오텍 9곳의 자금조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조달액은 총 1조2876억원으로 집계됐다. 리가켐바이오가 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디앤디파마텍 2265억원, 지투지바이오 1500억원, 올릭스 1108억원, 인벤티지랩 985억원 순이었다. 이뮨온시아는 818억원, 셀비온 500억원, 에스바이오메딕스 400억원, 지놈앤컴퍼니는 3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전체로 봐도 자금조달 규모가 커졌다. 올 상반기 유상증자 발행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했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액은 1조1965억원으로 76.4% 늘었다. 두 방식을 합치면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규모의 개발자금을 마련한 곳은 리가켐바이오다. 리가켐은 지난 6월 전환우선주(CPS)와 CB 발행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가 상장사이자 바이오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다. 리가켐은 이미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을 임상 2·3상까지 직접 개발하고 차세대 기술 확보와 글로벌 출시까지 준비하기 위해 장기 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올 상반기 R&D 비용은 1493억원으로 전년 동기(726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4월 2265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1173억원을 섬유화증 치료제 'TLY012' 등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연구개발에 투입한다. 올릭스는 1108억원 규모 제삼자배정 유상증자 자금을 RNA간섭(RNAi) 신약 개발에 쓴다. 공동연구 파트너인 로레알그룹의 벤처투자회사 BOLD도 증자에 참여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400억원을 조달해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TED-A9'의 미국 임상 등 후속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 2월 CPS와 CB를 통해 15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900억원을 연구개발과 임상 등을 포함한 운영자금으로, 600억원을 제2 GMP 공장 건설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임상 진전에 맞춰 R&D뿐 아니라 상업생산까지 준비하는 것이다. 이뮨온시아·에스바이오메딕스 등도 후기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신약개발 단계가 높아질수록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면 이후 개발비와 실패 위험을 파트너사가 부담하지만 직접 후기 임상까지 진행하면 개발사가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대신 개발 단계가 진전된 뒤 기술수출하거나 직접 상업화할 경우 더 높은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텍의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으로 넘어가면서 필요한 자금 단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좋은 자산을 원하는 단계까지 개발할 수 있는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