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차량의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10%의 추가 보험료를 책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고가 발생하면 상대방의 보험사가 큰 수리비를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량 소유주의 부담은 없고 지급 회사의 보험 가입자들이 나눠 내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고가차량 운행의 외부효과와 최적 과세' 산학세미나에서는 자동차보험의 비용 부담과 보험료 형평성이 다뤄졌다. 손석준 도쿄대 교수의 주제발표 이후, 정세창 홍익대 교수의 사회로 김영훈 보험개발원 팀장,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원, 박소정 서울대 교수, 이항석 성균관대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손 교수는 "누군가가 고가 차량을 사는 것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외부 불경제'를 발생시킨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가 차량 운전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책정할 요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부 불경제'란 누군가의 경제 활동이 제 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경우를 뜻한다.
실제로 미국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의 차량 수리비와 사고율, 보험 가입 기간 등의 자료로 따져본 고가차가 유발하는 외부비용은 차량가액의 10%로 추산된다. 차량 가격이 1달러 비싸질 때 상대 운전자의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리비가 약 0.1달러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국내의 경우 12% 수준이라는 게 손 교수의 연구 결과다.
2018년 28.1만 대 수준이었던 8천만 원 이상 고가 차량이 2022년 기준 55.5만 대까지 불어난 걸로 파악된다. 동일 기준 평균 수리비는 일반 차량이 약 130만 원, 고가 차량은 약 410만 원으로 3.2배 수준인 만큼 경제적 '외부 효과'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보험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정책 목표 하에 확산하는 상황에서 추가 보험료 부담은 이에 어긋난다는 우려다.
아울러 소득에 비례해 자동차 보험료를 부과하려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점, 차량 정비 과정에서의 과잉수리나 허위견적 등의 근원적인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영훈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팀장은 "본인이 비싼 차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사고위험이 커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고가차 보험료를 올려도 추가 보험료는 해당 차주의 보험사에 들어가고, 실제 고액 수리비는 사고 상대방의 보험사가 지급하는 구조적 불일치도 남는다"고 짚었다.
보험 회사간 불균형 가능성도 고려해야할 부분으로 지목됐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는 "가령 A보험사는 부유층이 많이 가입하고 B보험사는 일반층이 많이 가입했을 때, A사는 많이 벌게되고 B는 덜 벌게 된다"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산 차를 모는 사람이 10%만 잘못했고 고가차가 90% 잘못했는데, 차량가액이 달라서 10% 과실이 훨씬 더 물어야하는 구조"라며 "이런 논란이 많아서 우리도 대물에 있어서 노-폴트(No-Fault, 과실 여부와 상관 없이 보험금을 지급) 전환을 생각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