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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김동관 방산 집념… 한화 ‘K9 자주포’ 美시장 뚫었다

美육군에 자주포 시제품 공급 계약
완성 무기 체계로 美 첫 수출 성과
시험 평가 후 양산 땐 최대 10조
K방산, 나토 국가 수출 확대 기대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미국 시장에 대한 집념으로 대(代)를 이은 '사업보국'의 성과를 냈다.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스웨덴 아쳐, 이스라엘 엘빗 등 글로벌 방산 강자들을 제치고 최대 2억6290만달러(약 3716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향후 양산 단계에서 약 10조원대 규모의 추가 수주가 유력하다. 한국 방위산업이 최강 미군 시장에 진출한 첫 완성 무기 체계 수출이자, 나토 회원국들로의 수출 확대를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반드시 미국시장 진출"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 이동식 전술포 사업의 시제품 공급사로 단독 선정돼 K9 차륜형 자주포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완성무기로는 처음 미군 시장의 문을 열었다.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미국이 구축 중인 동맹 기반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나토 시장으로 확대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나토의 사실상 맹주이며, 미 육군이 채택한 무기 체계는 자동으로 나토 표준으로 인정되는 구조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가 동부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폴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등의 포병 현대화 사업이 잇따를 전망이다. K9의 나토 입지는 한층 견고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번 쾌거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오랜 기간 쌓아온 미국 네트워크와 '사업보국'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평소 김승연 회장은 방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업으로 여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술을 확보하라"고 주문해왔다. "방산은 국가 기간 사업이며,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오랜 신념이다.

이 같은 신념은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의 성과로 이어졌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ERCA)을 추진해 왔다. 이후 국제정세 악화 등으로 병력의 장거리 전개 수요가 늘면서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를 확보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미군의 새로운 자주포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반드시 미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김 수석부회장과 임직원의 목표 아래 미군 사업 동향을 면밀히 파악했다. 결국 2024년 3월 미 육군이 발표한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같은 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곧바로 K9MH 개발을 시작했다.

■한화, 美 국방 공급망 재편 선제 대응

한화는 미국의 국방 공급망 재편이라는 정책 변화를 민첩하게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고 약 200만 달러를 투자해 K9MH 생산·시험시설을 갖춘 상태다. 아칸소주에는 약 13억 달러 규모의 탄약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단순 조립과 납품을 넘어 미국 내 완전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장기 전략이 미 국방부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성공의 또 다른 측면은 한미 방위산업 협력의 질적 변화다. 지금까지 한국 방위산업은 미국의 기술을 수입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단방향 구조였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대한민국에 포병전력을 지원한 지 76년 만에 대한민국이 미국의 포병전력 현대화를 지원하는 상황은 동맹 관계의 성숙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일방적 수원국이 아닌 상호 보완하는 파트너로 인정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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