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DC·IRP계좌 ETF 잔고
美S&P500·나스닥100이 1·2위
'톱10'중 6개가 AI·반도체 관련
"특정업종 쏠림 유의해야" 지적도
직장인들이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가운데 6개가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채워지면서 노후자금에서도 성장주 선호가 뚜렷했다. ■S&P500·나스닥에 ETF 투자 몰려
19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ETF 보유잔고 1위는 'TIGER 미국S&P500'이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이 2위로 뒤를 이었다. 국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TIGER 200'과 'KODEX 200'도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미국 대표지수 다음으로 두드러진 것은 AI와 반도체였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TIGER 반도체TOP10'이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7~10위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TIME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순으로 모두 AI·반도체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상위권 구성을 보면 대표지수를 중심으로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는 별도로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S&P500과 나스닥100으로 미국 증시 전반에 투자하는 동시에 반도체·AI ETF를 통해 성장주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채권혼합형 상품이 두 개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대형주에 투자하면서 채권을 함께 담아 변동성을 낮추는 상품이다. 수익률을 추구하되 노후자금의 안정성도 함께 고려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은혜 삼성증권 ETP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은 이미 개별주식 직접 매수뿐 아니라 나스닥100과 테크업종 지수 등 광범위한 인덱스를 통해 AI에 대한 투자 노출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대장주를 발굴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줄이면서 구조적인 성장 테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ETF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종 분산·변동성 관리 중요"
이들 상품은 전체 ETF 시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했다. 올해 1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TIGER 반도체TOP10의 거래대금은 101조4677억원으로 집계됐다. TIGER 200은 62조5686억원, TIGER 미국S&P500은 47조7397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은 20조6232억원이 거래됐다.
최근 반도체 ETF의 수익률도 두드러진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ETF 주간 수익률 상위 10개가 모두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채워졌다. 퇴직연금 보유잔고 상위권인 TIGER 반도체TOP10은 한 주간 19.7%,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18.6% 상승했다.
다만 퇴직연금에서도 AI·반도체 ETF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하는 노후자금인 만큼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자산 간 분산과 변동성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반도체 섹터의 변동성을 고려해 기술주 전반에 투자하는 ETF와 액티브 운용 등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을 통한 ETF 투자 규모는 제도 변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장기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늘어날 수 있다.
한수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장기적으로 ETF를 포함한 장기 투자상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에도 중장기적인 자금 유입 기반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