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새벽(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서 일출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photo 뉴시스·AP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면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전쟁은 인류가 마주하는 가장 비참하고 파괴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전투가 끝난 후의 누적 사망자 수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전쟁이 그 규모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고려하지 않는 탓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에런 클로짓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바버라 월터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그 해답의 단초를 제공한다. 연구팀이 1946년 이후의 무력 충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가 몰랐던 진짜 이유는 전쟁이 애초에 그 끝을 예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은 오직 걷잡을 수 없이 몸집을 불려 나가는 '확대 본능'만을 품고 있었다.
전쟁 기간 1년 늘 때 사망자 2배 뛸 확률 10%
우리는 흔히 대규모 전쟁을 떠올릴 때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화력과 병력으로 맞붙는 충돌을 연상한다. 혹은 수십 년간 지루하게 이어지며 누적된 희생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연구팀의 분석은 이러한 통념을 깬다. 역사 속의 대규모 전쟁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격렬한 전투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지난 200년간의 내전과 국가 간 전쟁을 살펴보면 전쟁이 대규모로 치달은 주된 메커니즘은 바로 예측 불가능한 전투 강도의 변화, 즉 '확전'이다. 실제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확전 양상은 모든 형태의 무력 충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충돌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기간(확전이나 완화가 거의 없는 기간)을 보이지만, 전쟁 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사망자가 두 배로 뛸 확률은 약 10%, 10배 이상 뛸 확률은 약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분석은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에 기반한다. 먼저 전 세계 분쟁의 연간 사망자를 기록한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 자료에서 1946년부터 2008년까지 발생한 내전 264건, 국가 간 전쟁 22건의 전투 사망자를 바탕으로 '격화 계수(전년 대비 사망자 변화 비율)'를 산출했다. 여기에 더해 1823년부터 2003년까지의 국가 간 전쟁 95건에 이르는 별도 자료 데이터까지 사용해 분석의 객관성과 정밀도를 높였다.
격화 계수는 1을 넘으면 '격화', 밑돌면 '완화'로 설정했다. 그 결과 전쟁이 커질 격화와 작아질 완화가 일어날 확률은 팽팽했다. 전체 전쟁 사례 중 44%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나머지 사례에서는 사망자가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극단적 양상이 나타났다. 즉 사망자가 10배로 폭증할 확률과 반대로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할 확률이 서로 비슷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격화 양상이 내전이든 국가 간 전쟁이든 기간과 피해 규모가 통계적으로 비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46년 이후 국가 간 전쟁은 평균 9만3000명이 2.1년간 사망했고, 내전은 평균 2만1000명이 3.5년간 사망했다. 이처럼 두 분쟁의 규모와 지속 기간은 서로 달랐지만, 일단 불이 붙은 전쟁이 격화되는 방식만큼은 일치했다.
분쟁의 지속 기간과 피해 규모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은 역사적 사실로도 입증된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오로모해방전선 간의 충돌은 2008년 기준 무려 25년이나 이어졌음에도 전투 사망자는 650명에 그친 반면, 중국 내전은 단 4년(1946~1949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10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다.
연구팀이 격화 변수를 제외한 모델과 포함한 모델을 실제 역사 데이터와 비교 검증한 결과는 더 명확했다. 격화 없이 초기 규모나 지속 기간만으로는 실제 사망자 분포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격화를 반영하자 인위적 조정 없이도 실제 데이터와 일치했다. 이는 '교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잘 알게 돼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결국 갈등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존 전쟁 종결 이론을 정면으로 뒤엎는다. 현실의 전장은 그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경고다.
전쟁이 앞으로 1년 동안 더 심해질지, 아니면 누그러질지의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다. 그런데 전쟁이 통제 불능으로 커지는 이유는 서로에 대해 몰라서가 아니다. 멈춰야 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어떻게든 끝까지 싸우려 하는 당사자들의 의지 때문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한 단 한 발의 총성이 얽히고설킨 동맹이라는 거미줄을 타고 유럽 전역을 불태운 것처럼 말이다.
내전의 사망자 피해 규모도 예측 못해
그렇다면 이 모형을 현실의 인구대국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연구팀은 미국·중국·인도·나이지리아에서 2025년과 2060년에 내전이 발발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사망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그 피해 규모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그 결과 인구가 밀집한 중국과 인도는 첫해에만 약 5만명, 미국과 나이지리아는 1만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을 거듭할수록 사망자의 예상 피해 범위는 1000명에서 최대 100만명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어디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다만 내전은 국가 간 전쟁과 다른 한 가지 차이를 보인다. 매우 큰 규모의 내전은 일정 선을 넘어서면 규모가 축소돼 사망자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연간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서면 내전은 점차 작아지고, 그보다 작으면 커지는 역학이 작동한 것이다. 이는 내전이 '한 국가 내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한계가 분명하고, 국내외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며, 비국가 행위자(반군 등)가 국가만큼 지속적인 확전 능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만약 반군이 외부 세력으로부터 국제적 지원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79년부터 1992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무자헤딘을 지원하며 100만명의 전투 사망자를 낸 '사이클론 작전'이나 1946~1949년의 그리스 내전(1946년 기준 인구 740만명, 전사자 15만4000명)처럼, 외부 개입은 내전의 규모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 간 전쟁 못지않은 초대형 참사로 확전시킬 수 있다.
연구팀의 데이터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전쟁은 예측할 수 없기에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확전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사실이다. 통제력을 잃은 파멸의 도미노를 멈추는 유일한 해결책은 더 늦기 전에 평화를 선택하는 지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