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대한항공 통합 청구서]③ 부채 압박 속 '기단 확대' 자금조달 시험대

사진 제공 = 대한항공 사진 제공 =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발맞춰 대규모 기단 교체에 나선다. 대한항공이 밝힌 신규 항공기 잔여 투자액은 정가 기준으로 123조원을 웃돈다. 최근 미국 보잉사와 역대 최대 규모인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통합 항공사 출범에 따른 비용과 항공기 리스 증가에 따라 재무 완충력이 평년보다 약화했다. 연결 총차입금은 2년 반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유동비율은 60% 아래로 하락했다. 영업현금으로 투자비를 얼마나 충당하고 부족분을 어떤 조건으로 조달하느냐가 통합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결정할 전망이다.

2039년까지 123조 투자 집행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6월 말 기준 신규 항공기 구매 총소요자금은 137조3523억원이다. 투자기간은 2015년 11월부터 2039년 12월까지다. 현재까지 13조884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남은 13년 동안 123조4683억원을 집행한다.

총소요자금과 향후 투자금액은 항공기 제작사의 리스트 프라이스(List Price·정가)로 산정됐다. 이미 투자한 금액인 13조8840억원도 실제 지급한 현금이 아니라 현재까지 도입이 완료된 항공기의 정가 합계다.

대한항공은 환율과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실제 취득가격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항공기별 할인율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투자금액인 123조4683억원은 이사회에서 확정한 항공기 투자계획을 정가로 합산한 지표에 가깝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기·항공기재 투자에 나선다. 투자예산으로 6844억원을 책정했고 상반기에 1893억원을 집행했다. 2027년 계획은 8641억원이다. 2028년 이후 계획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중장기 사업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제시하지 않았다.

/챗지피티(Chat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챗지피티(Chat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6월 말 기준 실제 계약금액은 대한항공 363억5300만달러, 아시아나항공 74억800만달러 등 총 437억6100만달러다. 6월 말 평가환율인 달러당 1541.50원을 단순 적용하면 각각 약 56조381억원, 11조4194억원 등으로 총 67조4576억원이다.

대규모 투자계획의 중심에는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가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3월 보잉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777-8F 화물기 8대 등 구매안을 의결했다. 보잉 103대의 정가 기준 투자액은 361억6430만달러이며 6월 말 평가환율로 환산하면 약 55조7473억원으로 잔여 항공기 투자계획 123조4683억원의 약 45.2%에 해당한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이사회에서 '항공기 신규 투자 계약금 파이낸싱 안'도 함께 의결했다. 103대 구매를 자체 현금으로만 집행하지 않고 계약금 단계부터 별도의 조달 구조를 활용할 계획임을 보여준다. 대한항공은 신형 기재의 연료효율을 높이고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기단을 단순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보잉사는 이번 주문을 대한항공의 역대 최대 항공기 주문으로 설명했다.

아시아나 편입 후 재무부담 가중항공기 투자를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자체 현금과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금융·운용리스 등으로 나뉘며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재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자체 현금을 사용하면 차입금 증가는 막을 수 있지만 유동비율이 낮아진다. 차입이나 회사채는 유동성을 보존하는 대신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리스를 이용하면 인도 시점의 일시적인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리스부채와 장기간의 고정 지급액이 증가한다.

신형 기재가 연료비와 정비비를 줄이고 가동률을 높이면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 반대로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이 먼저 증가하고 기존 기재의 퇴역과 노선 재편이 지연되면 비용 절감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통합 시너지 발생 시점과 항공기 대금의 지급 시점이 맞아야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의 6월 말 연결 총차입금은 24조6466억원으로 2023년 말 10조9469억원에 비해 125.1% 증가했다. 2024년 아시아나항공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차입금·리스부채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된 영향이 컸다. 2024년 말 총차입금은 19조4259억원으로 전년보다 8조4791억원 증가했다.

총차입금 증가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나항공 편입에 따른 연결 범위 변경과 항공기 리스 인식에서 발생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편입한 2024년 말 19조4259억원이던 총차입금이 2025년 말 22조4881억원, 올해 6월 말 24조6466억원 등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별개의 부담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2023년 말 4조7721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9조2247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총차입금의 질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 6월 말 리스부채는 유동성 2조2718억원과 비유동성 11조4006억원을 합해 13조6724억원이며 전체 총차입금의 55.5%를 차지한다. 리스부채는 항공기 사용권과 함께 인식되는 부채인 만큼 이와 대응하는 운항자산이 존재하지만 계약기간 동안 리스료를 지급해야 해 고정적인 현금 지출이 발생한다.

1년 안에 상환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이자부담성 부채도 적지 않다. 단기차입금 2조1181억원, 유동성장기부채 2조8457억원, 유동성리스부채 2조2718억원 등을 합하면 7조2357억원이다. 총차입금의 29.4%가 유동부채로 분류돼 있다.

대한항공의 6월 말 연결 유동자산은 10조1147억원, 유동부채는 17조2347억원이며 이에 따른 유동비율은 58.7%다. 유동부채 전액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금융부채는 아니다. 유동부채에는 유동선수금 4조3819억원과 마일리지 관련 이연수익 등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가 포함돼 있다. 항공권을 먼저 판매하면서 받은 선수금은 앞으로 항공편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출로 전환된다.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연결 부채비율은 2023년 말 209.6%에서 올해 6월 말 390.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가 20조5766억원에서 42조590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9조8152억원에서 10조7653억원으로 상승액이 적었다.

영업현금 창출 투자부담 상쇄할까대규모 기재 투자를 감당하려면 영업현금 창출이 중요하다. 차입을 최소화하고 자체 현금으로 투자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가 재무구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활동에서 4조751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는 4조2891억원을 사용했다. 유형자산 취득액이 영업현금흐름보다 2139억원 많았다. 영업현금만으로 유형자산 투자를 모두 충당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조7535억원, 유형자산 취득액은 2조2734억원으로 영업현금이 유형자산 투자액보다 4801억원 많았다.

다만 자금조달과 상환이 동시에 반복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연결 기준 장기차입금 1조1969억원을 조달하고 사채 발행으로 7792억원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유동성장기부채 7594억원과 유동성리스부채 1조1185억원을 상환했다.

상반기 손익계산서에 인식된 이자비용은 4420억원이다. 통합 항공사의 영업이익이 늘더라도 차입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자와 리스 관련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제약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당장 123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액은 정가 기준이며 항공기 인도는 2039년까지 분산돼 있다. 6월 말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산하면 5조4219억원이며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2조7535억원이다. A0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양사에 분산된 유동성을 통합 관리해 자금 운용 효율을 높이고 항공기 도입 투자를 최적화할 계획이다. 통합 이후 목표 부채비율을 설정하는 등 재무지표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투자 시험대는 2039년까지의 장기 항공기 투자에 따른 유동성 충당이다. 자체 현금 집행과 더불어 부족분을 부채비율과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기단 현대화가 이익 증가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차입금과 금융비용 증가보다 빨라야 성장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