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거래효과 +1559억달러에도 평가효과 -9775억달러 압도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 1조765억달러 증가…반도체株 급등 영향
“대외금융부채≠갚아야 할 빚”…주식·직접투자 지분까지 부채로 집계
순대외채권 3700억달러대 안정…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46.5%
노키아·ASML·TSMC도 겪은 ‘주가 급등의 역설’…수출대국서 유사 사례
한은 “감소 규모보다 원인이 중요…대외지급능력 약화로 보기 어려워”
◆…20일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신상호 과장과 해외투자분석팀 이희은 과장이 한은 블로그에 게재한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는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일까?'를 통해 최근 순대외금융자산 급감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빚이 늘었거나 대외지급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조세일보 DB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이 불과 1년여 만에 1조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640억달러까지 급감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은행의 진단은 정반대다.
경상수지 악화나 해외 차입 증가가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평가액이 크게 불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강세가 역설적으로 통계상 '대외금융부채'를 폭증시키며 순대외금융자산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신상호 과장과 해외투자분석팀 이희은 과장이 한은 블로그에 게재한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는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일까?'를 통해 최근 순대외금융자산 급감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빚이 늘었거나 대외지급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뺀 금액이다.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3분기 처음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흐름은 2025년 2분기부터 급격히 달라졌다.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시장가치가 급증했고 이를 대외금융부채로 잡는 국제수지 통계 특성상 순대외금융자산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2분기에는 순대외금융자산이 64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1조달러를 넘었던 순대외금융자산이 90% 이상 줄어든 셈이다. 숫자만 보면 한국의 대외자산이 대거 소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다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자료=한국은행 제공관건은 '대외금융부채'와 '대외채무'를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라는 표현은 향후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을 떠올리게 하지만 국제통계에서 사용하는 대외금융부채는 범위가 훨씬 넓다.
대외채무는 채권, 차입금, 예금, 무역신용처럼 계약에 따라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품이다. 만기와 지급 조건이 정해져 있어 실질적인 상환 부담으로 연결된다. 반면 대외금융부채에는 이 같은 대외채무뿐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직접투자 지분도 포함된다.
예컨대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주가가 두 배로 뛰면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도 두 배로 증가한다. 국제통계에서는 그만큼 한국의 대외금융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잡힌다.
하지만 기업이 주가 상승분만큼 외국인 투자자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은 만기가 없고 기업이 주주에게 투자원금을 돌려줄 의무도 없다. 투자자는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회수한다. 따라서 외국인의 국내주식 평가액 증가를 해외 차입금 증가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한은은 "기업 실적 개선으로 국내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 보유 주식의 가치와 대외금융부채가 함께 늘어나지만 그만큼 외국에서 돈을 더 빌렸거나 국내 기업의 계약상 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순대외금융자산 변동을 뜯어보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6년 1~6월 경상수지 흑자 등에 따른 '거래 효과'는 순대외금융자산을 1559억달러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과 해외투자 확대 등 정상적인 국제거래만 놓고 보면 순대외금융자산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가와 환율 변동 등에 따른 '평가 효과'가 무려 9775억달러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를 압도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국 주가가 해외 증시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상반기 거주자가 보유한 해외주식의 평가액 증가분은 884억달러였다. 반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평가액은 무려 1조765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 가치 증가액이 내국인의 해외주식 평가이익을 압도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을 대폭 끌어내린 것이다. 결국 한국이 해외에서 자산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몸값이 빠르게 올라 외국인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급증한 것이 통계상 순자산 감소로 나타난 셈이다.
◆…자료=한국은행 제공이번 현상은 수출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역설'이다. 통상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이 많아져 순대외금융자산도 증가한다.
그러나 수출 호조가 기업 실적 개선과 국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보유액이 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가가 오르는 만큼 외국인이 가진 국내주식 가치도 커지면서 대외금융부채 평가액이 동시에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후자의 효과가 경상수지 흑자 효과를 압도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졌고 이것이 국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주가 상승 자체는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보유 주식의 평가액도 함께 증가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순대외금융자산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한은은 핀란드 노키아, 네덜란드 ASML, 대만 TSMC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자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표적인 수출 대기업이면서 외국인 보유 비중 역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시기에 이들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해당 국가의 순대외금융자산이 단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을 수출 호조기에 일반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으로 보는 데는 선을 그었다. 특정 대형 기업의 주가가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해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와 같은 수준의 국내 주가 급등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순대외금융자산이 또다시 비슷한 규모로 급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향후 국내 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진다면 순대외금융자산도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한국은행 제공대외건전성 측면에서는 순대외금융자산보다 실제 상환 의무가 있는 대외채무와 이에 대응하는 대외채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2022년 이후 평균 3723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가 상승으로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감하는 동안에도 순대외채권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최근 순대외금융자산 감소가 해외 차입 증가보다는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가치 상승에 대부분 기인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환 유동성 지표 역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2026년 2분기 말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6.5%로 집계됐다. 단기외채는 계약 만기가 1년 이내인 대외채무로 금융시장 불안 때 차환이 어려워질 경우 외화자금 수요를 급격하게 늘릴 수 있는 지표다.
한은은 현재 비율에 대해 외환보유액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순대외금융자산 640억달러라는 숫자만으로 한국의 대외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은의 결론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해외 차입이 늘어나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했다면 경고음으로 해석해야 한다. 반대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액이 커진 데 따른 감소라면 경제적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최근 한국은 후자에 가깝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기업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가치가 급증하면서 통계상 대외금융부채가 크게 불어났다. 정작 확정적인 지급 의무가 있는 순대외채권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순대외금융자산 감소 규모 자체보다 무엇 때문에 줄었는지, 그 변화가 확정적인 대외지급 부담을 늘린 것인지 아니면 자산가격 변화가 반영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