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등 서울 주택 문제 협의를 마치고 나와 취채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박동욱 기자]‘닥치고 공급’을 내세운 정부의 도심 알짜 부지 확보 계획이 첫 협상부터 ‘빈손’에 그쳤다. 수도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던 정부는 용산공원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뚜렷한 입장 차만 확인하며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의 최대 쟁점은 용산공원 ‘본체’의 활용 여부였다.
정부는 이미 녹지 기능을 잃은 훼손지에 한해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현재 상태와 무관하게 장래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부지를 주택용지로 떼어낼 수 없다며 ‘훼손지 개발론’에 선을 그었다.
정부로서는 서울시와의 합의를 위해 개발 범위를 좁히면 공급 물량이 줄고, 무리하게 넓히면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히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에 따라 양측의 다음 협상에서는 공원 본체 대신 경계 밖 산재 부지와 인근 개발지가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2500가구 공급을 발표한 캠프킴을 비롯해 국군재정관리단, 외교부 주차장, 후암동 한국은행 숙소 등 산재 부지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가 1만 가구 공급을 요구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업무 기능을 고려해 8000가구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조율해 전체 공급 물량을 보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어렵게 절충점을 찾더라도 ‘공급 속도전’에는 여전히 암초가 산적해 있다.
용산공원은 국가공원 조성계획과 맞물려 있어 대상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는 물론, 관련 법 변경과 토양오염 정화 등 밟아야 할 행정절차가 길다. 김 장관 역시 숙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힌 만큼, 2030년까지 공급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정부가 당장의 착공 카드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용산 외의 다른 공급 현안에서도 양측의 간극은 크다. 정부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제한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해제에 부정적이다. 반대로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경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방식의 차이에 매몰되기보다 공공성과 도시계획을 아우르는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용산공원은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인 만큼 장기적인 조성계획을 세우면서 공원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입주자 순환까지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