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300억원 적자
불황을 먹고사는 업계지만
경기침체 역대급 장기화에
채권 회수속도 급격히 악화
정화조 역할 NPL투자사
부실처리 능력 떨어질지 우려
[연합뉴스]부실채권(NPL)을 싼값에 사서 채권을 추심하거나 담보를 처분하며 이익을 내는 부실채권 투자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부진한 경영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 투자사들은 통상 경기가 안 좋아지면 부실채권 투자 기회가 늘어 수익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하자 부실채권 회수가 더뎌지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20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하나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신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등 국내 주요 부실채권 투자 5개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개사의 올 상반기 합산 당기순손실은 299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에는 1498억2000만원 흑자를 냈지만 올해 합산 순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5개사는 2023년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 2023년 1315억원, 2024년 1881억원으로 큰 폭 성장했다. 코로나19 시기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으로 억눌렸던 부실이 지원 종료 후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영업 기반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상반기 1498억원으로 순이익이 20% 가까이 줄었고 올해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인을 경기 침체 장기화에서 찾는다. 과거엔 우량 담보가 달린 부실채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담보로 잡은 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NPL투자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함에 따라 과거에 투자했던 NPL 담보 부동산 매각이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근래 들어 은행권에서 나오는 부실채권 매물은 회수가 상대적으로 쉬운 공장 담보보다는 공실과 임대료 하락에 취약한 상가 담보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담보 질이 낮아지면 회수 가능성도 떨어진다.
이에 채권 회수가 지연되면서 자산 평가손실과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졌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년 새 2.5배로 늘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채권에 대한 회수 예상액이 줄어들 때 늘어난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작년 상반기 20억6000만원 흑자에서 올해 43억90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업계 최대 기업인 유암코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 지분 투자에서 손실이 났다. 유암코는 주요 8개 은행이 공동 설립한 부실채권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하는데, 해당 부문에서 올 상반기 1406억9000만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지분의 공정가치가 하락하면서 유암코도 큰 손실을 본 것이다.
반면 부실채권 투자사의 투자 대상인 부실채권 물량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작년 3월 16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1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비율은 0.60%로 올라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투자사의 실적이 흔들리면 금융권의 부실채권 소화 능력도 함께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는 부실채권 투자사에 부실을 넘겨 건전성을 지키고, 부실채권 투자사는 이를 회수·매각해 수익을 내는데, 이 선순환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향후 부실채권 정리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부실채권 매각을 자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물량이 많아지면서 예전만큼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현시점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유인이 크지 않다”며 “경기가 풀려 보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 정리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