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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딸, 그놈 죽이러 떠난 네 모녀… 복수 성공할까

가족 복수극 '경주기행' 26일 개봉
이정은·공효진·박소담… '어벤져스 캐스팅'
김미조 감독 "용서하지 않는 자의 얼굴 궁금"
이정은 "안 가본 길이라서 이 작품 선택"
영화 '경주기행'에서 복수를 위해 경주에 온 네 모녀는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평범한 가족여행으로 위장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에서 복수를 위해 경주에 온 네 모녀는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평범한 가족여행으로 위장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던 딸이 돌아오지 못했다. 딸을 납치·살해한 가해자에겐 형편없이 낮은 형량이 선고된다. 막내딸을 유독 아꼈던 아빠는 원통함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등진다. 아빠의 빈소에서 엄마는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쓴다. 어찌 된 일일까. 엄마가 원한 건 가해자의 빠른 출소였다. 8년 후 그가 출소하자 이날만을 기다려온 엄마는 세 딸과 함께 가해자가 사는 경주로 간다.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네 모녀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26일 개봉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경주기행’은 2년 전 제작 돌입 때부터 화제였다. 엄마 역에 이정은, 세 딸에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캐스팅되며 세대별 대표 여성 배우들을 한데 모은 ‘어벤져스’로 기대를 모았다. 이 작품은 60대 성폭력 피해 여성의 투쟁을 담은 독립영화 '갈매기'(2020)로 전주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죽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러 경주에 간 네 모녀 영주(박소담·왼쪽부터) 장주(공효진) 옥실(이정은) 동주(이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죽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러 경주에 간 네 모녀 영주(박소담·왼쪽부터) 장주(공효진) 옥실(이정은) 동주(이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은 자들의 선택과 붕괴되는 가족



이 영화는 배경이 되는 도시도, 숨진 막내딸의 이름도 경주다. 영화처럼 네 자매의 막내인 김 감독은 2014년 가족들과 떠난 경주 여행에서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다. 도시 곳곳에 커다란 능이 있고 능 사이사이 집들이 들어선 모습에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곳이라 느꼈다고 한다. 무덤이 많아 도시 전체가 애도 공간 같았던 그곳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교생,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 출소 후 피해자 가족을 해치겠다는 가해자까지 영화에는 우리가 실제로 목도한 일과 닮은 장면이 유독 많다.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 감독은 “세월호, 씨랜드, 삼풍백화점 등 수많은 참사들이 제 안에 녹아들어 각본에 영향을 줬다”며 “사람들이 왜 계속 돌아오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남은 사람들의 용서 대신 복수를 조명한다. 그는 "'용서하라'는 말은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며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의 얼굴이 늘 궁금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가족 여행으로 위장해 알리바이를 확보하려 가족 티셔츠를 맞춰 입은 네 모녀는 누구보다 끈끈해 보이지만, 서서히 상처가 드러난다. 엄마가 속상할까 봐 힘든 내색 한번 하지 못한 ‘K장녀' 장주(공효진), 똑똑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 영주(박소담), 막내 동생을 시샘하며 늘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동주(이연)까지. 김 감독은 “안에 있는 상처를 꺼내면서 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집단에서 각자 개인으로 해체되는, 좋은 의미의 붕괴”라고 말했다.

'경주기행' 각본과 연출은 맡은 김미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주기행' 각본과 연출은 맡은 김미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지러운 흐름 속 중심 잡는 이정은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죽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려는 네 모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죽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려는 네 모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가족의 복수를 우당탕탕 한바탕 소동처럼 그리다가 상실의 고통을 깊이 파고들기도 하며 극의 분위기를 자주 바꾼다. 블랙코미디로 슬픔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시도와 비극이 가진 어쩔 수 없는 무거움이 충돌하며 감정 이입을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다. 다소 어지러운 흐름 속에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 건 엄마 옥실을 연기한 이정은이다. 딸의 주검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남편의 빈소에서 가해자 석방 탄원서를 쓴 옥실은 텅 빈 눈동자로 복수를 향해 직진한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잃고 복수를 결심한 엄마(이정은) 옥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잃고 복수를 결심한 엄마(이정은) 옥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든 고통이 응축된 무표정한 얼굴의 옥실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20일 삼청동에서 만난 이정은은 "내가 옥실을 잘 구현해 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지만, 안 가본 길이라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내가 정말 옥실에 잘 도달했나" 의문스럽다는 그는 "가족 구성원마다 (상실을) 치유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그 과정에서 숨겨 왔던 생각의 차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우 이정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정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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