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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슈퍼사이클 끝났냐고?"... 대만 반도체 거물이 본 '삼전닉스' 미래

[푸아케인셍 파이슨 CEO 인터뷰]
파이슨, SSD 활용 'AI 민주화' 비즈니스
"AI 보급 확대로 메모리 수요 폭발 전망"
"삼전닉스, 튼튼한 기업... 나도 사고 싶어"
"韓-대만 반도체 생태계 차이, 정책 때문"
"양국 라이벌은 중국... 韓-대만 협력하자"

편집자주

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양극화를 비롯한 그늘도 짙다. 한국도 전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대만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만 현지 취재를 통해 반도체 강국의 두 얼굴을 살펴봤다.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서 푸아케인셍 창업자 겸 CEO가 한국일보 인터뷰 중 화이트보드에 직접 적은 한자 '생존'(生存)을 강조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서 푸아케인셍 창업자 겸 CEO가 한국일보 인터뷰 중 화이트보드에 직접 적은 한자 '생존'(生存)을 강조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전문 업체로 시작해 최근엔 인공지능(AI) 모델 솔루션까지 사업 지평을 넓히고 있는 이유는 모두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의미다. 먀오리=나광현 기자

"대단히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인공지능(AI) 보급과 관련한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제조사인 파이슨(Phison)의 푸아케인셍 최고경영자(CEO)는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 중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걸로 전망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면서 회의실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보드 마커로 '2026'과 '2028'을 나란히 적은 그는 ①전 세계 AI 사용자 수 ②AI 사용 행태 ③AI 사용 빈도가 2년 뒤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보자고 했다. 푸아 CEO가 적어내린 '상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랬다.

①10억 명→20억~30억 명

②텍스트 위주(KB·킬로바이트 단위)→이미지·영상 위주(TB·테라바이트 단위)

③하루 5회→하루 10~20회

세부 예측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가 의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향후 몇 년간 AI 토큰(AI가 텍스트를 읽고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소비량이 최소 수천 배는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리고 생산 효율을 개선하겠지만, 이런 폭발적 수요 증가에 완전히 맞출 수는 없다고 봤다. 결국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AI발(發)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끝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주머니에 단돈 몇만 원을 들고 대만으로 건너온 말레이시아 유학생 출신으로, 파이슨을 창업해 시가총액 수조 원대 글로벌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1위 기업으로 키워낸 푸아 CEO는 대만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테크 스타'로 꼽힌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화이트보드 앞을 오가며 설명을 이어간 그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뿌리부터 한국이 마주한 구조적 과제까지 거침없는 진단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서 푸아케인셍 창업자 겸 CEO가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먀오리=나광현 기자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서 푸아케인셍 창업자 겸 CEO가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먀오리=나광현 기자

-당신의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단은 '삼전닉스'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 현실이 그럴 뿐이다. 두 회사는 기반이 튼튼하고, 엄청난 수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만약 나도 두 업체의 주식을 살 수만 있다면 당장 사서 몇 년 묵혀두고 싶다."

-이런 반도체 메가 트렌드 안에서 파이슨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간단하게 'AI의 민주화'라고 하겠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구동에 필수적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기가바이트(GB)급에 머물러 병목이 발생한다. 우리는 가격이 98% 저렴하고, 이미 테라바이트(TB) 단위 용량을 가진 SSD를 HBM 보완재로 쓸 수 있는 솔루션(aiDAPTIVE+)을 제공한다. 비싼 HBM을 대량 구매할 자금력이 없는 기업들에도 AI 활용 가능성을 열어줘 전체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 메모리 기업들과는 철저한 '상호보완' 관계다."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 파이슨의 주력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먀오리=나광현 기자 7월 24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파이슨'(Phison) 본사에 파이슨의 주력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먀오리=나광현 기자

파이슨은 큰 틀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업체로 분류된다. '대만의 반도체' 하면 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회사) 업체인 TSMC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팹리스(미디어텍 등)부터 ASE 같은 후공정 OSAT(외주반도체패키징·테스트) 업체까지 반도체 공정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대만 특유의 '수평적 반도체 생태계'는 일찌감치 수직계열화를 이룬 '삼전닉스' 중심의 한국과 비교된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는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일까.

"국가별 육성 전략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빠른 국가 부흥을 위해 '재벌(財閥)'을 키우는 방법을 택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 같은 거대한 종합반도체(IDM) 기업이 탄생했다. 대만은 그럴 돈이 없었기에 미국에 있던 중국계 엔지니어들을 불러들여 스타트업을 창업하도록 장려할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 1등'이 없는 상태에서 끝없이 경쟁하다 보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살아남았다."

-한국과 대만 모델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런 문제는 아니다. 대만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척 부러워했다. 삼성전자는 한때 규모를 앞세워 대만의 작은 회사들을 거의 몰살(kill)시킬 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대만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AI 시대엔 정해진 규격(스펙)이 없기 때문에 맞춤화(커스터마이즈)와 혁신이 중요해졌는데, 이는 대만의 특화된 업체들이 잘하는 부분이다."

-향후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과 대만은 더 이상 서로를 갉아먹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진짜 라이벌은 중국이다. 한국엔 압도적 메모리가 있고, 대만엔 TSMC의 파운드리 및 패키징을 비롯해 훌륭한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AI가 확장하는 시기에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다. 파이슨도 최근 몇 년간 삼성, 하이닉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협력을 원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누구든 테이블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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