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복 무료입장 거절 사례. /인스타그램 캡처한복 제작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여성 A씨는 지난 14일 고려시대 불화를 참고해 재현한 고려한복을 입고 서울 창덕궁에 갔다. 고려한복을 입은 만큼 무료 입장을 기대했지만, 창덕궁 직원은 한복 무료 관람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A씨가 고려시대 한복이라고 설명한 뒤에도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같은 사연을 올리며 결국 입장권을 구매한 뒤 궁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복 관람객 200만명… ‘한복 범위’ 두고 혼선
한복 체험이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궁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되는 한복의 범위를 두고 현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변형된 퓨전 한복이나 다른 나라의 전통 의상과 유사한 경우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대의 우리 전통 복식까지 제외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13년부터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에게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복 착용 무료 관람객은 2019년 115만명 수준에서 2024년 200만명으로 70% 넘게 늘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한복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모두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상·하의를 기본적으로 갖춰 입어야 하고, 과도한 노출이 있는 복장은 인정하지 않는다. 전통 한복의 형태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퓨전 한복 등은 현장에서 무료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에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고 있다. /뉴스1‘사자보이즈’ 옷도 무료 입장 불가
문제는 어디까지가 ‘전통 한복의 형태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무관의 복식에서 유래한 철릭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철릭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철릭이나 두루마기처럼 전통적으로 외투에 해당하는 복식은 해당 옷만 걸쳐서는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사자보이즈’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의상이나 곤룡포 등도 해당 옷만 입으면 무료 관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퓨전 한복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철릭, 사자보이즈 복장만 입는 것은 안에 속옷만 입고 외투를 걸치는 것과 같아, 저고리와 바지를 받쳐 입고 외투를 입어야 전통 복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 ‘Your Idol’ 공연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관람료 개편 토론회가 기준 정립 계기될까
한복 무료 관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4년에도 ‘국적 불명’의 한복을 입고 궁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문화재청에선 경복궁 주변 한복점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구체적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복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뿐 아니라 삼국·고려시대 등 시대별 복식을 갖춰 입으면 한복 대중화·세계화라는 무료 관람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생활한복, 퓨전 한복이 한복 무료 관람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입장이 제한됐다는 사례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국가유산청이 다음 달 8일 여는 대국민 공개 토론회에서 한복 무료 관람 기준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유산청은 2027년 1월부터 적용할 관람료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아직 토론회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아 무료 한복 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