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유행 ‘말랑이’ 마련 위해
완구 도매점 밀집 골목마다 붐벼
지난 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의 한 장난감 가게에서 20대 청년들이 진열대에 놓인 ‘말랑이’를 고르고 있다. /김광진 기자지난 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가게 앞의 사람들이 꾹 눌린 복숭아가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바로 옆 또 다른 손님들은 치즈 모양 장난감을 길게 늘여보고 있었다. “이게 더 쫀득해.” 완구점 진열대에서 ‘손맛’을 비교하는 이들은 꼬마들이 아니었다. 스무 살을 막 넘긴 청년들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평일이었지만, 200m 남짓한 거리 양쪽 가게마다 손님 5~10명이 있었다. 어린이보다 20대가 더 많았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에선 ‘말랑이’를 누르거나 늘이는 영상이 유행이다. 눌렀다 놓으면 천천히 제 모양으로 돌아오는 모습과 제품마다 다른 촉감·소리를 비교하며 즐긴다. 이용자들은 짧은 영상임에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데다, 반복해 주무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인기 배경으로 꼽는다. 가격도 개당 2000원부터 1만원대로,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기는 ‘가성비 취미’라는 점이 2030을 끌어당기고 있다. 화면으로만 봤던 말랑이를 직접 마련하려는 이들이 창신동 완구 시장으로 몰리면서 옛 도매 시장은 SNS 유행을 손으로 확인하는 ‘오프라인 실험실’로 바뀌었다.
숭실대 2학년 정모(21)씨는 “개강 전에 친구들과 말랑이를 사러 왔다”며 “동네 전체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가게 네 곳을 돌았다는 조윤아(22)씨는 “영상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단단함과 복원 속도가 전부 다르다”고 했다. 제품마다 촉감과 단단함, 복원 속도가 달라 온라인에서 곧바로 주문하지 않고 여러 점포를 돌며 비교해본 뒤 구매한다는 것.
완구 시장 맞은편 횡단보도를 건너면 보물찾기의 대상이 빈티지 의류와 장신구로 바뀐다. 빛바랜 청재킷과 가죽 가방, 옥반지와 브로치가 2030의 패션 소품으로 되살아났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이모(27)씨는 “말랑이를 산 뒤 Y2K 감성의 옷을 찾고 있다”며 “요즘 옷과 옛날 옷을 섞어 입는 재미가 있어 창신동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들의 발길은 종종 비즈와 리본, 펜던트를 골라 키링을 만드는 동대문종합시장까지 이어지곤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린 시절 장난감까지 포함해 빈티지 취미는 과거의 물건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편집한다”며 “잘 꾸며진 공간을 감상하는 홍대·성수식 ‘핫플 소비’가 오래된 시장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완성하는 체험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