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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길에 뒤엉킨 전기자전거, 견인하고 돈 물린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규제 조례 추진
서울 서초구 직원이 20일 양재시민의숲역 출구 앞에 방치돼 있던 공유 전기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월부터 통행을 방해하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하고 있다. /임지훈 기자 서울 서초구 직원이 20일 양재시민의숲역 출구 앞에 방치돼 있던 공유 전기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월부터 통행을 방해하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하고 있다. /임지훈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역. 출구 앞 통행로 한가운데 공유 전기자전거 40여 대가 방치돼 있었다. 시민들은 전기자전거를 피해 갈지(之)자로 걸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김모(34)씨는 “전기자전거는 전동 킥보드보다 무거워 옆으로 치우기도 어렵다”며 “유모차를 끌고 어떻게 지나가느냐”고 했다. 직장인 한모(59)씨는 “전기자전거를 주차장 입구에 세워놔 치우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걷다가 전기자전거와 부딪혀 다리를 다쳤다는 시민도 있었다. 1시간쯤 뒤 서초구 직원들이 출동해 전기자전거를 트럭에 실었다. 직원 정선두(60)씨는 “무게 20㎏이 넘는 전기자전거를 하루 5대 수거한 적도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하다고 신고하는데 그냥 둘 수도 없고 업체가 해야 할 일을 구청이 예산을 들여 대신해주고 있다”고 했다.

최근 공유 전기자전거가 급증하면서 길거리 방치를 둘러싼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1600대였던 서울 지역 공유 전기자전거는 지난달 5만2605대로 5년 만에 33배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공유 킥보드는 3만8373대에서 1만5350대로 60%가량 줄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서울시는 2021년 공유 킥보드가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급증하자 이를 견인한 뒤 업체에 견인료를 물릴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고쳤다. 공유 전기자전거에는 이런 견인료 기준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1년 당시만 해도 공유 전기자전거 대수가 적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고 했다.

서초구는 앞서 지난 4월부터 예산을 들여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서울 25구 중 처음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공유 전기자전거 관련 민원이 지난해 5300건을 넘어 조례 개정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서초구는 4개월간 전기자전거 180여 대를 수거했다. 수거·보관 비용으로 1300만원을 썼다.

◇서울시, 공유 전기자전거도 견인한다

서울시가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 11월 시의회에 ‘정차·주차 위반 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인도나 지하철역·버스정류장·횡단보도 앞, 점자 블록 위 등에 방치된 전기자전거를 견인한 뒤 업체에 비용을 물릴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견인료는 대당 4만원이다. 업체가 찾아가지 않으면 시간당 1400원씩 보관료도 부과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카카오·스윙·쏘카 등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에 조례 개정 계획을 통보했다. 업체들은 “시스템 개선에 시간이 걸리니 유예 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과 함께 전기자전거 주차 공간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시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 대여소에 공유 전기자전거 주차 구역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수원도 규제 시작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공유 전기자전거 규제에 나서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개정해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 대상에 포함했다. 지난달부터는 평택역·송탄역 주변과 통학로 등에 지정 주차 구역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구역 밖에 세워진 전기자전거를 신고하면 업체에 수거를 요구하고 1시간 안에 치우지 않으면 직접 견인해 2만원을 물린다.

경기 수원시도 지난 4월 조례를 개정해 전기자전거를 견인 대상에 포함했다. 업체가 1시간 안에 치우지 않으면 직접 견인해 3만원을 부과한다.

경남 밀양시는 지난 3월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신고를 받고 있다. 시민이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 사진을 찍어 올리면 시가 업체에 연락해 치우도록 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유 전기자전거는 버스나 지하철을 보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라며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와 시민의 통행권 사이에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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