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지율 추락' 이끄는 '서울의 분노'…10명 중 6명이 '부정 평가'
서울시장 보선 가능성에 위기감 고조…당·청 갈등 '도화선' 되나
집값·대출·세금에 2030부터 장년층까지 이탈…與 '세대 포위' 비상
여름의 시작과 함께 내리막을 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을의 문턱에 닿기도 전, 때 이른 겨울을 맞고 있다. 8월 들어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모두 40%대로 내려앉았고,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섰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데드 크로스'에 '조기 레임덕' 가능성마저 고개를 들었다.
ⓒ연합뉴스여러 정치적 악재 속에서도 아슬아슬 버티던 민심에 결정타를 날린 건 '부동산'이었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단연 수도 '서울'이었다. 서울의 균열이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가량이 몰린 수도권으로 번질 경우 여권이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지금이 지지율의 바닥일지, 더 어둡고 긴 터널의 입구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부동산으로 가속화한 민심 이반이 향후 당정 관계는 물론 국정운영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본격적으로 비상등이 켜진 시점은 지난 6·3 지방선거 전후였다. 여당 주도의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은 성범죄·스토킹 범죄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전통 지지층 '2030 여성'을 흔들었고, 고공 행진하던 주식시장의 급락은 '청년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공소 취소 특검 추진을 둘러싼 논란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유능함에 기대를 걸었던 '중도' 민심을 식혔다.
부동산은 이 지지율 하향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첫 '데드 크로스'를 기록한 8월 2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선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30%)이 지목됐다. 같은 주 NBS 전국지표조사에선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고, 리얼미터 조사에선 데드 크로스를 넘어 긍정(43.0%)과 부정(54.1%) 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8월3일 발표된 부동산 세제개편안 혼선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폐버스 청년주택' 발언 논란으로 촉발된 주거 민심 반발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가장 차갑게 돌아선 서울…'데드 크로스' 이끌어
정부가 부동산에 따른 민심 이탈을 유독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다른 현안보다 해법을 찾기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우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이 여느 정치적 사안보다 전방위적이며, 각각 상황과 요구도 다양하다. 정책 선회가 어렵고 민심과 시장 사이의 시차가 크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불안과 불신은 빠르게 번지는 반면, 공급 확대 등 실제 정책이 개인에게 닿기까진 수년이 걸리는 구조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경제·부동산 라인의 책임자를 교체하는 것도 효과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수도권,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폭발한다는 점도 정부로선 예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굵직한 선거마다 승패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소폭의 등락만을 반복하던 서울 민심은 지방선거 전후 부동산 이슈와 맞물리면서 눈에 띄게 악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은 전국보다 한발 먼저, 더 차갑게 돌아서며 전체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6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과 NBS, 리얼미터의 전국 긍·부정 평가와 서울 부정 평가 추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서울의 부정 평가는 전국 부정 평가를 꾸준히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 7월부터는 서울의 민심 이반이 한층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NBS 조사에서 7월 1주 40%였던 서울의 부정 평가는 8월 2주 50%로 한 달여 만에 10%포인트(p) 뛰었다. 리얼미터에선 7월 서울 부정 평가가 50%대를 보이다 8월 2주 61.9%로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전국과 서울 부정 평가가 모두 올랐지만 서울의 경우 상승 폭이 더욱 가팔랐다.
서울 민심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처음부터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1·29 공급방안 발표 당시 지표상 긍정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리얼미터 1월 5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4%포인트 오른 54.5%를 기록했고, 서울에선 긍정 평가가 3.5%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리얼미터는 "양도세 중과 부활과 1·29 부동산 대책 발표가 맞물리며 수도권 전반으로 지지세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고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주거 불안은 되레 커졌다.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사이, 정부는 공급과 가격 안정보다 대출과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에 다시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상화가 계곡 정비보다 쉽다"(2월24일)는 취지의 발언과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근저당 설정 논란(7월20일) 등이 잇따라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부동산 민심은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감정을 건드리는 정책 결정자의 말과 행동에 더 크게 요동치곤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통령의 근저당 논란 직후 실시된 7월 4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선 '부동산 정책'이 22%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1위에 올랐다. 전주보다 무려 11%포인트 급등한 수치였다. 같은 기간 서울의 부정 평가도 41%에서 48%로 7%포인트 뛰었다.
8월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부동산 정책 대응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내년 보궐도 내후년 총선도 비상…당·청 충돌?
싸늘한 부동산 민심 성적표로 민주당 내부에선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실질적인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는 청년층을, 세금폭탄은 장년층을 동시에 자극해 자칫 선거의 필패 공식인 '세대 포위론'에 갇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그 반발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특히 내후년 총선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이미 오 시장에 대한 시장직 상실형 선고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지 못한 채 선거 국면에 들어설 경우 승부는 불 보듯 빤하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다. 앞선 보완수사권 폐지·공소 취소 등 이슈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등 부동산 정책에 직접 제동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서울의 위기는 곧 수도권 선거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현재 국회 지역구 254석 가운데 수도권에만 122석(서울 48석, 경기 60석, 인천 14석), 전체의 48%가 몰려 있다. 민주당은 2024년 총선에서 이 중 102석을 휩쓸며 압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돌아선 민심이 한강벨트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을 흔들고, 경기 남부 등 수도권으로 번질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확보한 수도권 의석의 절반 가까이만 야당에 빼앗겨도 그간 민주당을 떠받친 수도권 우위가 무너지고 사실상 '선거 참패'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우려를 넘어 정부의 정책 방향 자체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민적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세제와 관련해 정책 목표를 충분히 설명·설득하는 선제 작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공급 효과가 아직 체감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제를 먼저 꺼내든 것 역시 반발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들 사이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은 폭등하고 부동산 정책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인식이 꽤 심어져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쉽게 되돌리기도 어려운 정책을 다소 성급하게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 늦기 전에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야 하고, 그걸 고치는 과정에서도 당·청 갈등 없이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기조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넘어 향후 당·청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금의 민심이 고착화돼 서울 등 수도권에서 패색이 짙어질 경우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향한 정책 수정 요구가 거세지고, 나아가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이슈에 따른 당·청 긴장 관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권의 임기 중후반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발 민심 이반→수도권 선거 위기감 고조→선거를 이끄는 당과 정부 간 균열→임기 중후반 국정운영 동력이 약해지는 흐름이다. 민심을 챙겨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할 정부가 당내 이견과 정책 혼선을 수습하는 데 힘을 소진하면서 더 긴 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유능함 선보여 국민 신뢰 회복해야 반등 가능"
민심의 경고등을 맞닥뜨린 정부·여당은 늦게나마 수습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8월12일 확대 개편한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고,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한데 모여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긴급 논의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세제개편안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한 김민석 신임 대표도 개편안 수정을 추진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공급에 다시 방점을 찍고 서울 핵심 지역에 주택을 빠르게 대거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9·7 대책(수도권에 5년간 135만 가구 착공), 올해 1·29 대책(도심 유휴 부지에 6만 가구 공급)에 이어 8월13일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한다는 세 번째 공급 대책을 내놓은 후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도 이를 뒷받침할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야당의 반대에도 당·정·청이 서울 도심 속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 부지 내 주택 공급에 한목소리를 내는 등 떠나는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이탈하고 있는 민심을 붙잡기엔 시장의 변화와 정책 효과 간 시간차가 불가피하다. 그사이 다른 정치적 의제로 잃은 지지를 회복하는 일도 현재로선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 대통령이 열의를 보이고 있는 개헌은 조정식 국회의장의 '대통령 연임' 관련 발언으로 시작 전부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전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혔던 이 대통령 관련 공소 취소 문제도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당대회 중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김민석 대표가 실제 추진에 나설 경우 부동산 문제로 이미 흔들린 중도층의 추가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정부 자체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커져버리는 순간, 지지율 침체는 더 길고 깊은 터널로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에서 잃은 신뢰가 향후 정부가 띄우는 다른 의제들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사실상 어떤 국정과제도 추진해 나가지 못하는 '데드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지방선거 전부터 여러 사안들이 누적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이 나오다 보니, 실제 내용보다 더 과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지지율에 더 안 좋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책 수정도 필요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유능함과 안정감을 보여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개각 등을 통해 새로운 2기를 시작한다는 인상을 주고 실제 국정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