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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금으로 의대 장학금 줬더니 의무복무는 '프리패스'시킨 복지부 [결산대해부㉒]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의대·간호대생에 장학금 주고 지역 의무복무시키는 '공중보건장학생' 제도
"대학원 갈래" "다른 병원 갈래"…19명 중 18명은 '위법 면제' 소지
장학금 환수 규정 어겨도 봐준 복지부…"법적 근거 없어 즉시 중단해야"


국가가 세금으로 장학금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공중보건장학생'들에 대해, 복지부가 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로 의무복무를 면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이후 면제된 19명 가운데 법률상 면제 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자퇴한 1명뿐이었다. 나머지 18명은 이 제도의 근거인 특례법이 정한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국회 결산 심사에서는 이를 두고 위법적 조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이례적으로 강한 질타가 나왔다.

공중보건장학 제도는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라 의대생과 간호대생에게 재학 중 장학금을 주고, 의사·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뒤 지방의료원과 지역거점 공공병원 등 공중보건업무 수행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1977년 시행됐다가 지원자 감소로 중단됐고,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부활했다. 의대생은 연 2040만원, 간호대생은 연 1640만원을 지원받는다. 장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은 기간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의무적으로 일한다.

국가가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만큼 의무복무 면제 사유는 법에 엄격히 정해져 있다. 장학생들은 특정 지역·업무에 종사하는 조건으로 의료인 면허를 받으며, 의무복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같은 조건부 면허를 취득한 뒤 의무복무 면제를 받는 것은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한 채 국외에서 모든 가족과 함께 영주권을 받은 경우, 즉 한국인이 아니거나 사실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게 될 때 뿐이다. 면허 취득 전이라면, 사망·퇴학·제적·전과, 휴학 등으로 장학금 지급이 정지된 상태가 2년간 계속된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나 품행 불량 등이 면제 사유에 해당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 정은경 복지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서준범 AI전략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이 7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 정은경 복지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서준범 AI전략위원회 의료소그룹장. ⓒ연합뉴스

법에 없는 의무복무 '탈출구', 복지부가 열어줘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의무복무 면제 처리된 19명 중 18명은 이같은 법률상 면제 대상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인천의 간호대생은 대학원 진학, 대전에서는 휴학이 사유가 됐다. 경기에서는 의대생 3명이 대학원 진학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면제받았다. 간호대생 2명에게는 정신건강전문간호사 자격 취득·대학원 진학과 '수술간호 영역의 전문성 함양이 가능한 병원 취업 희망'이 각각 면제 사유로 적용됐다. 부산의 한 의대생도 민간의원에 취업한다는 이유로 의무복무를 면제받았다. 다른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까지 의무복무 면제 사유가 된 셈이다.

충북에서는 7명이 면제됐다. 간호대생 6명의 사유는 건강 악화, 출산·양육 2건, 대학원 진학, 진로 재설계 2건이었다. 나머지 의대생 1명은 '의무복무 희망기관의 일반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면제받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수요가 없는 경우 복무는 면제가 아닌 연기된다. 강원과 전북에서는 가족 간병, 경남에서는 진로 재설계가 면제 사유가 됐다. 특히 이들 19명 중 7명은 이미 조건부 면허를 받은 상태였다. 면허 취득 뒤 의무복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는 국적 변경과 가족 동반 영주권 취득뿐이지만, 모두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법률상 면제 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자퇴한 전북의 간호대생 1명뿐이었다.

복지위는 2025년 이후 위법한 의무복무 면제 처리가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법률상 면제 사유가 없는데도 면제된 사례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 신규 선발 인원 23명의 절반을 넘는 12명이 면제받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명이 면제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부는 '공중보건장학생 관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들을 면제했다는 입장이다. 또 사업이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근거 법률이 아니라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장학생 자격을 취소한 것이지, 의무복무를 면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는 법령에 근거를 둔 조직이 아니라 올해 복지부가 사업 지침을 개정하면서 신설한 조직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를 만들었더라도 상위 법률이 정한 요건과 다른 조치를 의결하거나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게 국회 복지위의 지적이다. 특히 위원회가 설치되기 전인 지난해에는 복지부가 어떤 공식 절차를 거쳐 의무복무를 면제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법에 없는 면제가 12건이나 이뤄진 지난해에는 복지부가 근거로 제시한 위원회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복무 '면제'가 아니라 '장학생 자격 취소'라는 복지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이다. 의무복무 면제든 장학생 자격 취소든 당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처분인 만큼 부처 행정지침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54쪽짜리 장학생 질문집에는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와 5년 내 재발급 금지 등 불이익이 명시돼 있고, 실제 면제가 이뤄진 사유 상당수는 '면제'가 아닌 다른 조치 대상으로 안내돼 있다. 복지부 스스로의 지침과 실제 처분이 차이가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 안내집. 의무복무 유예 및 철회에 관한 법률이 상세히 안내돼 있다. ⓒ복지부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 안내집. 의무복무 유예 및 철회에 관한 법률이 상세히 안내돼 있다. ⓒ복지부

의료공백 '비상' 외치더니…뒤에선 무법천지

장학금 환수 과정에서도 복지부의 법령 위반이 확인됐다. 의무복무를 면제받거나 면허가 취소된 장학생은 받은 장학금에 법정이자를 더해 고지서 발급일부터 90일 안에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반환 대상 18명 가운데 금액이 확정된 16명의 반환금은 총 3억2518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2024년 이후 반환 대상자 가운데 고지서가 발급된 14명 중 11명에게는 90일보다 긴 납부기한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14명 중 6명은 복지부가 연장해준 납부기한 안에도 반환금을 내지 않았지만, 복지부는 법에 규정된 국세 체납처분을 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반환 대상자가 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이고 반환액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중보건의사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역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피해는 복지부의 인력 공급을 기다린 의료취약지 몫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지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공백 등의 여파로 올해 신규 편입된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98명에 그쳤다"며 의료공백에 대한 긴급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위법 의무복무 면제 6건 가운데 5건은 이같은 정 장관의 메시지가 나온 지 두 달 뒤인 5월에 결정됐다.

국회에서는 복지부의 위법적 조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강한 지적이 나왔다. 상지원 수석전문위원은 "법률을 준수하여 최소 2년부터 최대 5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의료취약지·격오지 등의 공공보건기관에서 성실히 의무복무를 이행하는 장학생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복지부는 법적 근거 없이 일부 장학생의 의무복무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즉시 중단하는 한편 법률 및 하위법령의 보완을 통해 법률과 제도가 괴리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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