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지난달 23일 파업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호승 기자삼성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실적 부진에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회복이 급한 상황에서 DX 직원을 주축으로 한 노동조합 동행의 보상 요구까지 거세지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는 당장 곳간을 더 열기보다 사상 유례없는 전 사업부 적자와 이런 실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DX 첫 '분기 적자' 속 두 번째 대규모 집회21일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참가 예상 인원은 약 3000명이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강남역과 서초사옥 일대를 도는 가두 행진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행노조가 대규모 집회에 나서는 건 지난달 16일 수원사업장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노조는 지난 5월 임금협상에서 DX부문 직원 보상이 DS(반도체)부문보다 충분하지 않았다며 기존 교섭 재개와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 추가 보상을 요구했다. 한 달여 만에 열리는 이번 집회에서도 같은 보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5월 임금협상을 통해 DX 직원에게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8일 직원 4만9345명에게 총 108만3434주가 배정됐다. 7월6일 종가 31만8000원을 적용하면 약 3445억원 규모다. 여기에 노조 요구안인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안이 추가 반영될 경우 삼성이 떠안아야 할 추가 비용은 1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X는 추가 보상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완제품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당장은 실적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DX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000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2조2000억원으로 전년(8조원)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에 그쳤다.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오른, 이른바 '칩 플레이션' 영향이 컸다.
사측은 최근 내부 설명회에서도 실적 회복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집회 이틀 전인 19일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주관으로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당분간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현장에서 경영진 측은 DX부문 내 여러 사업에서 동시에 손실이 발생한 상황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DX 주요 사업군이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다.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는 7000억원,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는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DX 전체로도 2021년 말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DX 측은 원가 절감으로 상반기 흑자는 지켰지만 내년까지는 적자를 예상하는 등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내다봤다.
DS와 손익 90조 격차, 곳간도 따로…'같은 보상' 가능할까일각에서는 사업별 실적 차이를 고려할 때 DS와 같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올해 2분기 두 부문의 영업손익 격차만 90조원에 달해서다.
DS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전년 동기에는 DX가 3조3000억원의 흑자를 내며 DS(4000억원)를 앞섰지만 1년 만에 판세가 뒤집혔다. 칩 플레이션이 반도체 사업에는 호재로 작용한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에는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재원 운용 방식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분리해 운영해왔다. 반도체 고객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경쟁사가 되는 구조를 고려해 인사·재무·회계 등 경영지원 기능도 나눴다.
실제 반도체 불황기에는 DS가 투자 자금이 필요해 MX 재원을 활용한 뒤 이자를 더해 돌려주기도 했다. 특정 부문에 성과급 재원이 남더라도 다른 쪽으로 넘기지 않는 원칙도 유지해왔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사실상 살림을 따로 꾸려온 셈이다.
DX 측은 무엇보다 지금은 적자를 털어내는 일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DX부문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자사주 1000주 지급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우선 실적을 회복하고 성과를 낸 뒤 그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업부문이 내년까지도 적자 상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동행노조가 기존의 주장을 그대로 관철하면서 단체행동을 이어가는 것이 예전보다 명분을 많이 잃었다는 평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생태계가 전환되는 가운데 기존과는 다르게 세트사업이 생존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