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걸림돌은 금산법…특별배당 중심 환원 유력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사진 연합뉴스][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시선이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압도적인 영업이익과 곳간에 쌓인 순현금을 바탕으로 한층 더 커진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개년(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의 마지막 해인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0조원 이상의 추가 환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가총액이나 이익, 현금 보유량 등에서 삼성전자의 체력이 SK하이닉스보다 앞서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현행 주주환원 정책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매년 약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지급하는 구조다. 메모리 호조로 올해 영업이익과 FCF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3개년 누적 FCF의 50% 중 기존 정규배당액을 차감하고 남는 잔여 재원만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1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발표를 고려해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 현행 ‘FCF 50%’ 환원 비율 자체를 대폭 높이거나 차기 주주환원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더해진다.
다만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보다는 특별배당 형태의 현금배당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안건을 의결하고 주주환원 기준을 기존 FCF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발행주식 수를 직접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방식을 택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에 주목할 만한 배경으로는 지배구조 관련 법적 규제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꼽힌다. 금산법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는 삼성전자 지분을 합산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8.51%, 1.49%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10%를 꽉 채운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두 회사는 추가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보통주 7336만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 지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약 1조50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 사례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주주환원 방식은 각 사가 처한 법적 규제와 지배구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방식이 더 주주에게 이로운지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이익 성장성과 배당 매력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라며 “향후 3년간 최소 600조원 이상의 주주환원과 7%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