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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유턴] ③ 주담대에 내준 공급 여력…신용대출·마통은 여전히 ‘빡빡’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늘어난 총량, 잔금대출 등 실수요에 집중

신용대출·마통은 은행 자체 관리 지속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늘어난 공급 여력의 상당 부분이 잔금대출 등 주택 관련 실수요 자금에 우선 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 발표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늘어난 가계대출 총량을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위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 여신담당자들을 소집해 잔금대출 ‘오픈런’ 해소를 위해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은 상호금융업권, 저축은행업권, 여신금융업권의 가계대출 담당자를 소집해 가계대출 총량 확대에 따른 방안을 논의했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중심의 추가 공급 방안이 거론된다.

가계대출 총량은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한데 묶어 관리된다. 주택 관련, 중저신용대출 위주로 추가 대출이 이뤄지면, 그만큼 신용대출에 배분할 총량은 줄어드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신용대출의 경우 은행별 자체 관리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 흐름도 은행들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올 들어 주담대 못지않게 신용대출과 마통이 빠르게 불어난 탓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늘린 만큼, 신용대출이 다시 급증해 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공급 여력을 잠식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은 지난 5월 2조1741억원, 6월 2조1550억원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액은 각각 1조1437억원, 1조7576억원으로 신용대출 증가폭을 밑돌았다. 7월에도 신용대출은 1조원 넘게 늘며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와 전세자금·집단대출 등을 합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 12조2000억원을 웃돌았다. 기타대출 증가폭이 주택 관련 대출을 넘어선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5년 만이다.

신용대출 급등 배경에는 증시 투자 수요가 자리잡았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신용대출과 마통을 통해 유입됐고, 주가 하락 과정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대출금을 즉시 상환하지 못하면서 잔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는 장기 분할 상환 과정에서 감소분을 예상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통장은 고객이 약정 한도 내에서 수시로 돈을 꺼낼 수 있고, 추가 인출이 발생하면 은행이 사전에 대출 증가세를 정확히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월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월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은행들은 총량 확대와 별개로 신용대출 관리 고삐를 죄고 있다. 신용대출과 신규 마통 한도를 낮추는 한편, 비대면 대출 취급을 줄이거나 영업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마통은 만기 때 한도를 최대한 20%까지 줄이고 연장도 제한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하반기 신용대출 흐름이 가계대출 운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증시 반등으로 ‘빚투’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주담대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차주가 신용대출과 마통으로 부족분을 메우려는 풍선효과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9조7533억원에서 이달 13일 109조7664억원으로 13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5~6월 매달 2조원 넘게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모두 이미 한도를 상당히 낮춰 놓은 상태라 추가로 손댈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신규 유입을 조절하면서 차주별 상환 여력과 자금 용도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총량 확대가 대출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데 선을 긋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총량 목표 조정이 시장에서 대출관리 기조의 완화로 인식돼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일관된 수요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공급을 뒷받침하고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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