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형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차량으로 감독형 FSD V14 라이트 사양을 체험하는 모습/사진=조재환 기자테슬라코리아가 21일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의 국내 도로 누적 주행 거리가 5000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감독형 FSD 이용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이 누적 주행거리에는 국내 주력 판매 차종인 중국 상하이 생산 모델3·Y가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차량의 감독형 FSD 적용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도 19일 새롭게 공개됐다.
테슬라코리아는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독형 FSD로 한국을 달린 누적 주행 거리가 5000만㎞를 달성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감독형 FSD는 운전자의 감독 하에 국내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생산 모델3·Y는 21일 현재 감독형 FSD를 사용할 수 없다. 이들 차량에는 미국산 구형 모델3·Y보다 최신 세대인 HW4(4세대 하드웨어)가 탑재됐지만, 생산지에 따라 적용되는 국내 인증 체계가 달라 FSD 기능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21일 자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 도로 누적 주행 거리가 5000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사진=테슬라코리아 소셜미디어 X 채널이런 상황에서 중국 상하이 생산 차량에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감독형 FSD 적용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국회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 김모씨는 "중국 상하이 생산 차량의 감독형 FSD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량의 생산지가 아니라 실제 탑재된 FSD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등 핵심 사양과 객관적인 안전성능을 기준으로 동일한 인증 절차를 적용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 상하이 생산 모델3, 모델Y의 FSD 국내 적용을 위한 공정하고 일관된 인증기준 마련 촉구에 관한 청원'으로 등록된 이 청원은 공개된 지 이틀 만인 21일 오후1시 현재 79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국회 회부에 필요한 5만명의 약 16%를 채운 것이다.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국산 테슬라 차량 FSD 허용 촉구 청원 내용 일부. 해당 청원은 21일 오후 1시 현재 79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사진=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캡처국토교통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받는 미국산 차량과 달리 중국산 차량은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의3 관련 별표 27은 자동차로유지기능이 작동할 때 차량이 주행차로 안에 유지되도록 하고 정해진 조건을 제외하면 차선을 가로지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이 운전자의 별도 승인 없이 차로를 선택하고 변경하는 FSD를 중국 생산 차량에 그대로 적용하려면 국내 안전기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주행보조 사양인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이 작동되고 있는 중국산 테슬라 신형 모델Y/사진=조재환 기자현재 중국 생산 모델3·Y에는 FSD 패키지가 추가될 경우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등에서 자동 차선변경 등을 지원하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이 구현된다. 21일 기준으로는 테슬라코리아는 해당 기능을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명칭으로 통합했다.
미국산 차량에서는 NOA 작동 중 시스템이 스스로 차선 변경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중국산 차량의 NOA는 차선변경 전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조작하거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도록 요구한다. 이 역시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과 연관된 차이다.
국토부는 4월27일 <블로터>에 "중국산 테슬라의 FSD 도입을 막은 적이 없다"며 "테슬라가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자기인증제도를 통해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는 중국 생산 모델3·Y의 FSD 적용과 관련해 테슬라코리아의 별도 요청이나 미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하이 생산 차량에 FSD를 적용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테슬라가 현행 국내 안전기준에 맞춰 기능을 조정한 뒤 자기인증하는 방안과, 정부가 UN 자동차기준조화포럼에서 논의된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DCAS) 등 새로운 국제기준을 국내 규정에 반영해 제도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다.
다만 DCAS의 국내 도입이 곧바로 상하이 생산 차량의 FSD 적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테슬라가 해당 기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차량의 적합성을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테슬라가 공개한 국내 누적 주행거리 5000만㎞ 역시 그 자체로 감독형 FSD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치는 아니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번 발표에서 차종과 소프트웨어 버전, 도로 유형별 주행거리, 운전자 개입 및 충돌 관련 세부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FSD V14 라이트가 실행된 2021년형 테슬라 모델3가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정차한 모습/사진=조재환 기자청원인은 테슬라가 자체 공개한 차량 안전 보고서를 근거로 FSD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해당 통계는 미국 차량군과 미국 평균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 테슬라 자체 집계다. 이를 국내 도로 환경에서의 안전성 검증 결과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번 청원의 핵심은 중국산 차량을 예외적으로 허용해달라는 요구보다 생산지에 따라 달라지는 인증 기준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DCAS를 포함한 안전기준 개정 여부와 검토 일정을 공개하고, 테슬라는 상하이 생산 차량의 FSD 적용을 위한 자기인증이나 기술 협의를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미국산과 상하이산 차량 사이에 기술적 차이가 있다면 그 내용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