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의 병변을 제거하는 시술인 ‘맘모톰’을 시행하는 기준에 관한 국내 의료계의 권고안이 발표됐다. 게티이미지여성의 유방에서 혹 같은 병변이 발견돼 병원을 찾는 일은 흔합니다. 혹시라도 악성종양인 유방암이 아닐까 걱정스러울 수도 있지만, 위험하지 않은 양성종양일 수도 있습니다. 양성의 병변이라면 비교적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시술도 있는데, 흔히 해당 의료장비의 이름을 따서 ‘맘모톰’이라 부를 때가 많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유방병변 진공보조절제술’(VAE)이라 하지요.
그런데 이런 병변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확실치 않거나, 굳이 당장 제거하지는 않고 지켜보는 추적관찰만 해도 될 경우에도 맘모톰 시술을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의료기관이 없지는 않다 보니 의료계 내에선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유방암학회와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가 지난 20일 공동으로 국내 진료환경과 국제적 근거를 종합해 한국형 진료권고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치료다 보니 과잉진료 논란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했거든요. 그럼 이번에 나온 진료권고안에서 어떤 경우에 맘모톰을 쓰는 것이 좋고, 어떨 때는 시행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맘모톰이라 불리는 유방병변 진공보조절제술은 영상 검사기기로 병변을 살펴보면서 진공보조 장치를 이용해 해당 병변을 제거하는 시술을 가리킵니다. 문제가 되는 부위를 넓게 절개하거나 도려내지 않고 작은 바늘 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유방 조직 일부분을 떼어내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어 환자의 부담은 적은 편입니다. 유방에 혹이 만져질 때 통증이나 불편감이 동반되거나 미용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흔하므로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는 이 시술을 시행할 때가 많죠.
그러나 권고안은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고 영상·병리 검사 결과가 일치한다면 바로 제거하는 것보다는 추적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권고안에서도 통증·불편감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고 미용상 문제가 있을 경우, 유의미하게 크기가 커지는 등의 상황에선 충분한 설명 후 환자가 제거를 희망하는 경우 이 시술을 ‘선택적으로’ 고려해볼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또한 시술 전에 중심침생검이나 진공보조생검 같은 정확한 조직진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라고 권고안은 제시했습니다. 이런 조직진단 없이 바로 맘모톰 시술을 시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조직진단 없이도 시행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영상검사에서 의사라면 누가 봐도 전형적인 양성 병변일 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정확한 조직진단 없이 시행할 때 만일 그 혹이 암 덩어리라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제거 과정에서 암세포가 주변으로 더 퍼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암이 의심되는 병변이라면 적절한 확진과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맘모톰을 권하지 않습니다.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우선이란 것이죠. 특히 유방암 중에서도 암세포가 모유가 지나가는 길(유관) 안쪽에만 있는 관상피내암이나 유관의 경계면을 뚫고 주변으로 퍼진 침윤성 유방암으로 진단됐다면 표준적인 수술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암으로 확진된 것은 아니지만 악성일 가능성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병변에 대해서도 그 종류와 위험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맘모톰 시술을 시행하는 대신 각각의 상황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국유방암학회는 설명합니다.
학회는 “유방병변 진공보조절제술은 적절한 환자에서 유방 병변을 최소침습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유용한 치료 옵션이지만 모든 병변을 제거하기 위한 시술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권고안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환자와 병변의 특성에 따라 해당 절제술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시술 전부터 사후 관리까지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권고안의 내용은 맘모톰을 시행하면 된다거나 또는 안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정하는 대신 신중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 환자 입장에선 ‘그래서 내 상황에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 수는 있겠지만,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니 정확한 진단을 먼저 내린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죠. 굳이 요약하자면 큰 문제가 없는 양성 병변은 추적관찰이, 암이 의심될 때는 수술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는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권고안은 전문가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했지만 일종의 참고 기준이어서 강제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그래도 의료계 내에서 과잉진료 가능성을 막고 환자의 건강을 더욱 존중하는 차원의 합의안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알아둘 만합니다.
이정언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은 “진공보조절제술이 보편화하면서 적응증 외 질환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등 문제점이 감지됐다”며 “이에 따라 한국유방암학회는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고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표준 권고안 마련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