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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김치찌개를 떠오르게 한 '국중박'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보고【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김치찌개는 최고였다.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맛있다는 김치찌개를 먹지만 생전 엄마의 김치찌개에는 한참 멀다.

지난 16일,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폭염 속에도 가스불 위에 냄비를 얹고 김치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숟가락으로 뜨거운 국물을 떠먹으면서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치찌개를 다 먹고 나오면서 다음 김치찌개는 언제 어디에서 먹을까 입맛을 다셨다.

여기까지 읽고 '아 이번에는 김치찌개 이야긴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아니다. 같은 날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혼자 보러 가는 길. '밥상'하니까 자연스럽게 생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김치찌개가 떠올라 글머리에 앞장세웠다.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대대로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이 먹어온 음식이 곧 우리다.
ⓒ 서광식

'밥상'을 생각하며

밥의 국어사전의 뜻은 이렇다. "쌀,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서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 반찬은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밥과 반찬의 설명에 공통적으로 음식이 들어있다. 여기서 밥상은 "음식을 갖추어 차린 상"을 의미한다.

박물관 벽에 크게 걸린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 걸개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이 전시의 핵심은 한반도에 대대로 살아온 이 땅의 피붙이들이 무얼 먹고 살아왔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했다. 짐작이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누대에 걸쳐 이어온 우리네 밥상의 변천사랄까. 밥상과 음식의 변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면,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같은 음식을 먹어온 지금의 우리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시대에 따라 밥상의 모습도, 밥상을 채우는 음식도, 둘러앉은 사람도 달라져 왔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엄마의 김치찌개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아이들도 각기 떠났다. 같이 먹는 시간보다 따로 먹는 시간이 더 길게 되었다. 밥상은 단출해졌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더 이상 혼자 먹는 일도 서먹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혼자 밥 먹으려면 붐비는 시간을 조금 피해 가야 했는데, 이제는 1인석 자리를 둔 식당도 부쩍 많아졌다. 시인 김지하는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 김지하, <밥이 하늘입니다>

하는 일이 독거노인들의 안녕을 살피는 일이다 보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식사는 하셨습니까?"이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한 끼 식사는 바로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서울역 앞 고층빌딩 사이에서 '귀대기' 하는 심정).

하루 한 끼 복지관의 도시락, 또는 반찬에 의지하거나 동행식당(복지관 등과 결연을 맺고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한 식당) 쿠폰을 이용해 해결하는 독거노인들에게 함께 먹는 일은 아득히 먼 과거의 일에 머물러 있다.

▲ 여러가지 소반 
ⓒ 서광식

아주 먼 옛날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먹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가' 말씨름을 벌인 적이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우리들의 밥상으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제목 아래 적힌 안내장 문구에 오래 생각이 머물렀다.

"당신이 기억하는 밥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함께 먹었는지를 떠올리면 어느새 우리의 오감이 살아나면서 그날의 이야기가 실체로 다가옵니다. 밥상을 둘러싼 기억에는 많은 이들의 사연과 삶이 깃들어 있습니다."

평생 내가 차린 밥상보다 가족을 포함한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은 적이 훨씬 많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다. 지금까지 남이 차려준 밥을 먹으며 나는 내 배만 불려 왔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사족. 이번 전시회의 밥상 위에 김치찌개는 있었을까, 없었을까. 궁금하신 분은 오는 10월 25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전에 가시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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