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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빵 값 더 오른다…기상이변에다 러·우크라 곡물수출 97% 감소

흑해 곡물항만 잇단 공격에 선박 운항 마비
유럽 곡물, 美 옥수수, 호주 밀 작황도 불안
국제 밀 가격 2년 만에 최고 수준 수준 급등
한국 식량자급률 48%, 밀 98% 수입 의존

수확 중인 러시아 밀. 타스 연합뉴스 수확 중인 러시아 밀. 타스 연합뉴스

세계 식량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불안불안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흑해 곡물 수출항을 중심으로 격화하면서 양국의 곡물 수출 능력이 지난해보다 97% 이상 위축된 데다, 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주요 곡물 생산국의 작황 전망마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옥수수 생산과 호주의 농산물 수확량에도 기상이변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복합적인 경고등이 켜졌다.

로이터통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곡물 수출 시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와 아조우해 항만을 통해 처리한 곡물 물량은 월평균 약 720만t에 달했지만, 현재 양국의 항만 처리 능력은 사실상 마비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흑해 터미널에서는 곡물 선적이 중단됐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노보로시스크 등 주요 곡물 터미널이 잇따라 가동을 멈췄다.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러시아의 주요 곡물 수출시설 가운데 하나인 투압세 지역 터미널의 처리 능력도 월 16만톤(t) 정도에 그친다.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대신해 다뉴브강 항구와 철도·도로를 이용한 수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 러시아의 공격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다뉴브강의 핵심 항구인 이즈마일 일대까지 공격받으면서 대체 수출로의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출용 곡물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세계 5위권의 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공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국제 밀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는 이유다.

문제는 전쟁뿐이 아니다. 유럽을 휩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주요 농업국의 생산량을 끌어내리고 있다. 프랑스의 올해 곡물용 옥수수 생산량은 약 900만t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채소 역시 주키니와 상추, 완두콩, 브로콜리 등 주요 품목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폭염으로 젖소가 받는 열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우유 생산량도 감소했고, 산란계 피해로 달걀 생산량까지 줄어드는 등 농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국토의 60% 이상이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옥수수·쌀·대두·채소·과일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올해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 2400만t에서 1850만t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가뭄으로 다뉴브강과 포강 등 주요 내륙수로의 수위까지 낮아지면서 곡물 운송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 미국 콘벨트에서는 가뭄과 고온, 국지성 폭우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옥수수 작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옥수수 생산과 수출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작황 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남반구의 호주 역시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밀 등 농산물 수확량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요 생산국의 동시다발적인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이미 시장은 이런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밀 선물가격은 지난 7월 부셸당 7달러를 넘어서며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곡물 가격 상승은 단순히 밀이나 옥수수 가격에 머물지 않는다. 통상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은 3~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밀가루와 면류, 빵 등 가공식품은 물론 배합사료와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반기 들어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48% 안팎에 머물고 있어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빵과 면류의 핵심 원료인 밀은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해 약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과 주요 농업국의 기상이변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식품물가로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전쟁과 기상이변이 동시에 식량 공급망을 압박하는 지금의 상황은 식량 안보를 농업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민생을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곡물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확대하는 한편 기상이변에 강한 농업 기술과 안정적인 해외 조달망을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식량 가격의 충격은 결국 서민들의 밥상과 장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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