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다고 불안해하기보다
수렵 채집인처럼 하루 2만보 걷고
밤엔 실내 온도 조금 낮추면 좋아
원시인 수면법
메레인 판더라르 지음|고현석 옮김|21세기북스|400쪽|2만4000원
이른바 ‘5분 컷’.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필자는 이 책을 받아들고 잠시 난처했다. ‘원시인’이 ‘현대인’보다 잠에 일가견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을 보고, 본인의 수면 습관이 원시적인지 혹 진화가 덜 된 것인지 곰곰이 반추해 봤다. 막상 책을 펼치니 원시인이 꼭 더 잘 잔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근본적인 문제. 거기다 ‘이상적 수면’이라는 획일적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책의 요지였다.
수면 강박에 시달리지 말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에서 생물심리학을 전공하고, 만성 불면증 치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수면을 관리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원시의 생존 리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불면은 극복해야 할 적이 아니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진화생물학과 수면 과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수면 교양서다.
/게티이미지뱅크전체 인구의 약 20%는 간헐적으로 불면증을 겪고, 10%는 만성 불면증을 갖고 있다. 만성 불면증은 주 3회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다. 이로 인해 낮 시간에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피로, 생산성 감소 등이 있는 경우 만성 불면증 진단을 받을 수 있다. 흔하고, 낯설지 않은 증상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수면 압박’에 시달린다. 자야 한다는 강박이다. 8시간을 내리 자지 못하며 수면 패턴이 망가진 걸까? 잠이 오지 않아도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야 할까? 매일 격한 운동을 하면 잠이 잘 올까? 스마트폰은 숙면의 적일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부정확한 수면 지식에 휘둘리지 말 것을 요청한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잠’이 아니야
책은 불면의 원인은 ‘잠’에 있지 않고, 현대인의 ‘깨어 있는 방식’ 때문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책에서 언급하는 여러 내용 중 ‘활동 부족’을 들 수 있다. 선사 시대 인간의 정확한 건강 상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드물기 때문에 저자는 탄자니아의 하드자 부족 같은 현대 수렵 채집인들과 현대인의 활동 패턴을 비교한다. 수렵 채집인의 경우 남성은 하루 1만8000~1만9000보, 여성은 하루 1만1000보를 걷는다. 반면 미국 성인의 평균 걸음 수는 하루 5000보 수준. 스마트폰 건강 앱을 켜보시라. 당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은 건강을 유지하기에 너무 적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비활동성은 회복과 수면에 대한 필요 또한 줄어들게 만든다. 현재 우리의 생활 방식은 수면을 촉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음식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던 원시인처럼 걸어 다닐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저자는 자연의 법칙을 따를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적당히 걷고, 운동할 것.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기. 저녁에는 형광등처럼 밝은 조명은 끄고 조도가 낮은 간접 조명을 켜는 게 낫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해 실내 온도를 조금 낮추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밤에 깨어 있어도 괜찮아
원시 인류에게 밤에 깨어 있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었다. 밤에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 저자는 “원시 인류에게는 불면증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녁형 인간은 늦게까지 경계 태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아침형 인간은 새벽에 깨어 무리를 지키는” 이점을 가졌을 것이라고 본다. 또 얕게 자는 이들은 위험에 빠르게 반응해 “동굴 속에서 모두를 지켜낸 ‘수퍼 히어로’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원시 인류의 수면 패턴을 고려한다면, 밤에 깬 상태로 누워 있는 것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니 잠들지 못한다고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 것. 대신 자신이 과도한 긴장 상태로 활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완이 필요한 상황인지 등 낮 시간의 행동 패턴을 살피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 ‘밤’이 문제가 아니라 ‘낮’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