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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악화, 가계빚 2천조 돌파… '금융·재정정책' 재점검할 때

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반도체 효과 올해 3% 성장 전망
체감경기 개선은 더디기만 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 6만명 줄어
가계부채 증가 · 금리상승 맞물려
촘촘한 금융 · 재정 정책 마련해야
성장률이 높아지는데도 체감경기 개선이 더디다.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상승 국면과 맞물려 있다. 금융 등 정책을 촘촘하게 설계할 때다.[사진 | 뉴시스] 성장률이 높아지는데도 체감경기 개선이 더디다.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상승 국면과 맞물려 있다. 금융 등 정책을 촘촘하게 설계할 때다.[사진 | 뉴시스]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2%로 높여 잡았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2%로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높였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봐서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 상향폭 0.7%포인트 중 0.6%포인트가 '반도체 파급 효과'다. 올해 전망치 3.2%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영향이다.

KDI는 지난 2월 전망 때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불과 반년 새 성장률 전망치를 1.3%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만큼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급등시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도체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 덕분에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는 전대미문의 3600억 달러 흑자에 육박할 전망이다. KDI는 기존 전망치보다 1000억 달러 넘게 높였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은 구조적 한계는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는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수출 대기업 중심 호황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내수 전반으로 고루 확산하지 못하며 격차를 벌이는 'K자형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성장률이 높아지는데도 민간소비와 고용 등 체감경기 개선은 더디다. 경제성장이 고용 효과가 작은 반도체 산업에 편중돼 있어서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건설업 성장률은 여전히 낮다. 이를 반영해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를 기존 17만명에서 11만명으로 6만명 줄였다.  

반도체 초호황은 기회이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다른 나라와의 경쟁 격화로 반도체 투톱(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경제성장이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장기화하는 중동전쟁 등 대외 불안 요인도 잠복해 있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이런 판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 1분기와 비교해 3개월 사이 25조9000억원 불어났다.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집값이 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데다 증시 활황에 올라타려는 '빚투(빚내 투자)'로 신용대출도 급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금리상승 국면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지난 7월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은 조만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태세다.

세계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동반 급등세다.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미국은 연 5.31%(18일 기준)로 19년 만의 최고치다. 프랑스도 4.87%로 18년 만의 최고치다. 한국은 4.75%로 14년 만의 최고치다. 대표적 저금리 국가인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2.93%로 30년 만의 최고치다.

재정적자 확대와 중동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시장불안을 키웠다. 중동전쟁발 물가상승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불어난 나랏빚과 대규모 국채 발행이라는 뇌관이 깔려 있었다. 

글로벌 금리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가부채가 18일 40조470억 달러(약 5경5645조원)로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국가들은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할 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도 확장재정 정책을 쓰고 있다. 

장기 저금리 추세를 누려오던 세계경제가 이제 고비용을 감내해야 할 처지다. 미국·유럽의 고용, 중국·일본의 생산 등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밑도는 경기둔화 국면에 장기 국채금리가 이례적으로 오르며 '채권시장 발작'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금리 상승은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장금리 상승은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한국은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세수가 늘고, 주요국에 비해 국가부채 비율이 낮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높은 국채금리가 지속되면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차환借換하거나 새로 발행할 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재정지출 규모와 국채 발행 상황을 재점검하며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이미 가계 부담으로 돌아왔다.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8%에 근접했다. 지난 1월 대비 7개월 사이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3억원을 연 8%에 빌릴 경우 이자만 연간 2400만원, 월 200만원이다.

5대 은행의 6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33%로 10년 만의 최고치였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다. 정부는 반도체 편중 성장률에 취하지 말고,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하는 금융·재정 정책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금융비용 상승이 기업·가계를 압박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반 부진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도록 관리할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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