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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상장 이후, 창업자와 투자자의 숨은 이야기

[중국AI미래지도] 중국 로봇 산업의 거품과 현실
 유니트리 IPO, 웃지 않는 창업자 왕싱싱의 표정이 주가 급등보다 화제가 되었다.
ⓒ 자료사진

기술을 만드는 것은 엔지니어입니다. 그 기술을 기업으로 키우는 것은 경영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은 투자시장과 정책입니다. 중국의 로봇 시장이 이 네 가지 요소의 역동적인 상호작용 위에 서 있다면 유니트리(Unitree)는 그 구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단 하나의 사례일 것입니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창업자가 되고, 그가 만든 제품이 투자자의 자본을 끌어당기며, 정책이 그 뒤를 받치는 과정. 이 모든 일이 단 7년 만에, 그것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습니다.

쇼케이스의 환호, 그리고 사무실의 적막

2026년 8월 1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세계로봇대회(WRC)가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주제로 막을 올렸습니다. 의도한 듯이 같은 날,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STAR Market)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1호주' 유니트리(종목코드 688836)가 상장했습니다.

공모가 150.8위안이던 주식은 시초가 1100위안까지 치솟으며 629.44%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순간적으로 4449억 위안(약 92조 원)에 달했습니다. 종가는 845위안이었습니다. 중국 A주(중국 본토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위안화로 거래되는 보통주) 시장은 한국처럼 청약 증거금에 비례해 물량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신청자 가운데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고 당첨되면 최소 배정 단위인 '1첨(一簽)'을 받는 구조입니다.

커촹반에서 1첨은 500주. 즉 이번 청약에 당첨된 개인 투자자는 7만 5400위안(약 1550만 원)어치를 받아 첫날 무려 47만 위안(약 9700만 원)의 차익을 손에 쥔 셈입니다. 영상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왕싱싱에게 감사를 전하던 한 여성 투자자의 모습이 중국 SNS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8월 20일 개장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한 주가는 결국 18.70% 폭락한 687위안에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779억 위안(약 57조 원)으로 주저앉았고, 불과 이틀 사이에 1670억 위안(약 34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상장 전야를 밝히던 화려한 조명이 꺼진 자리, 창업자 왕싱싱의 사무실에는 적막만이 감돌았습니다. WRC 현장의 수많은 로봇들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던 그 순간, 그는 '잔치가 끝난 뒤의 야근'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시장의 환호는 짧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상장 당시 219배에 달했던 주가수익비율(PER)을 실적으로 메워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스펙 없는 천재'에 베팅한 세쿼이아차이나

 중국 투자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홍상차이나 창업자 선낭펑은 유니트리 초기 투자자이자 지속적인 지원자이다. 상장 축하연에서 왕싱싱과 함께.
ⓒ 자료사진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어째서 세쿼이아차이나(홍산차이나) 같은 글로벌 투자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2019년에 유니트리에 과감히 투자했을까요?

당시 왕싱싱은 상하이대학 석사 과정에서 개발한 4족 로봇 XDog으로 로봇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을 뿐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세쿼이아차이나의 리옌난(李彦男) 이사는 그가 회사 홈페이지에 남겨둔 QQ 이메일 주소 하나만 보고 그를 찾아갔고, 첫 만남에서 왕싱싱은 4족 로봇 AlienGo를 직접 시연해 보였습니다.

세쿼이아차이나 내부에서도 논쟁은 치열했습니다. "4족 로봇은 결국 소수 마니아를 위한 제품일 뿐이다", "당장의 수요 시장이 불분명하다"는 반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리옌난 이사는 왕싱싱이라는 사람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아웃라이어(Outlier)'로서의 독특함, 로봇을 향한 극한의 집념, 그리고 고객을 최우선에 두는 철학이었습니다. 세쿼이아차이나의 평가 체계에서 그는 '아웃라이어'와 '비전(Vision)' 두 항목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습니다. 리옌난 이사는 "유니트리 투자의 최종 착점은 결국 창업자 왕싱싱이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더 극적인 장면은 그다음이었습니다.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왕싱싱은 로봇을 직접 안고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10시간이 넘는 침대 열차를 탔습니다. 로봇 배터리 용량이 항공·철도 화물 운송 기준을 초과해 부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리옌난 이사는 그 이후에도 왕싱싱이 제품을 보여줄 기회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왔다고 회상합니다. 2019년과 2020년 세쿼이아차이나 CEO 서밋 때는 전시 부스가 배정되지 않았는데도 로봇을 들고 회의장 밖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세쿼이아차이나는 2019년 12월, 1500만 위안을 선도 투자하며 Pre-A 라운드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유니트리의 투자 후 기업가치는 고작 1억 5000만 위안이었습니다. 이후 세쿼이아차이나는 Pre-A+, B, C 라운드에 걸쳐 세 차례 추가 투자를 이어갔고, 상장 전 기준 7.11%의 지분을 보유한 유니트리 최대 민간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스펙이 아니라 창업자의 '불꽃'을 읽어낸 투자의 정수라 할 만합니다.

4449억 위안에서 2779억 위안으로, 이틀의 기록

상장 후 이틀간의 주가 흐름은 중국 자본시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첫날 시초가 4449억 위안이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2779억 위안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시장은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유니트리의 첫날 폭등은 극도로 희소한 유통 물량에 감정적 프리미엄이 더해진 결과"이며, "이튿날의 조정은 밸류에이션이 '먼 미래의 꿈'에서 기본적인 현실로 회귀하는 필연적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공모가 기준 PER 219배는 동종 업계 평균 38.56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습니다. 앞으로 수년간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여야만 현재의 몸값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유니트리의 매출 성장률은 2025년 연간 332%에 달했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48.54%로 둔화됐습니다. 성장 동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사이, 시장의 기대치는 이미 그보다 훨씬 앞서 달려나가 있었습니다. 상장 당일 85.28%라는 경이로운 거래 회전율, 그리고 이튿날의 41.98%라는 수치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움직였음을 방증합니다. 그 결과, 상장 다음 날 하루 만에 기관 투자자들의 평가 차익 약 23억 위안이 증발했습니다.

자본시장은 유니트리가 향후 10년에 걸쳐 이뤄낼 성장을 하루아침에 앞당겨 반영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고스란히 창업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투자자들은 '적기 상장' 전략으로 차익을 실현했지만, 왕싱싱은 그 거대한 시가총액을 홀로 방어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았습니다.

로봇이 '댄서'에서 '일꾼'이 되기까지, '마지막 몇 센티미터'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대회 WRC. 다중팔 로봇, 로봇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행사다.
ⓒ 자료사진

WRC 2026 현장의 화두는 '시나리오', 즉 실제 활용처였습니다. 이제 관심은 춤을 추고 손수건을 던지는 쇼가 아니라 공장과 가정에서 진짜 '일'을 하는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왕싱싱은 이 자리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전시품에서 제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다음 10년'이었습니다. 20분 동안 그는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로봇이 가정에 들어오기까지는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가 짚은 것은 '마지막 몇 센티미터'의 문제였습니다. 로봇이 물건을 집으려 할 때 AI 모델은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내지만, 현실에서는 테이블이 1cm만 밀려 있어도, 물건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작업이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의 가장 큰 병목은 AI 모델의 입력과 출력이 충분히 정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미세한 오차를 극복하느냐 마느냐가 '전시품'과 '제품'을 가르는 갈림길입니다.

그는 이 임계점을 '피지컬AI의 ChatGPT 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로봇이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서 언어 명령 하나로 전체 작업의 80%를 80%의 성공률로 해내는 그 순간, 비로소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로봇은 아직 '댄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일꾼'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투자자는 사람을 보고, 창업자는 야근하며, 정책은 확장한다

이제 중국 로봇 산업을 움직이는 세 개의 축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첫째, 투자자의 시선입니다. 세쿼이아차이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2019년에 왕싱싱이라는 '사람'을 보았고, 7년 동안 인내하며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리옌난 이사의 말처럼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70%가 감(感)"입니다. 그들은 단기 차익보다 창업자의 비전과 실행력을 믿었고, 그 믿음이 오늘의 유니트리를 만들었습니다. 투자자가 단순한 자본 공급자를 넘어 산업의 조력자로 설 때 비로소 혁신이 꽃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둘째,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의 몸부림입니다. 왕싱싱은 이제 '90년대생(90後) 최고 부호'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장 이튿날에도 그는 WRC 무대에 서서 "로봇은 아직 멀었다"고 고백했고, 그날 밤에도 사무실 불은 켜져 있었을 것입니다. 세쿼이아차이나는 그를 '아웃라이어'라 평가했지만, 그 예외성은 결국 매일의 야근과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소한 반복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부자가 되어도 야근하는 사람 — 그것이 중국 로봇 산업에서 보이는 진짜 창업자상(像)입니다.

셋째, 정책의 지속적인 확장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정책을 내놓았고, 2026년 상반기 기준 피지컬AI 분야에 몰린 투자금만 9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습니다. WRC 2026의 화두가 '시나리오'와 'ROI'였던 것처럼, 정책의 무게중심 역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수요 창출과 인프라 구축을 아우르는 전면적 산업화 전략입니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돌아보면 유니트리의 이야기는 중국 로봇 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축소판입니다. 상장 당일의 폭등과 이틀 뒤의 폭락은 시장의 열정과 냉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왕싱싱이 WRC 무대에서 고백한 '마지막 몇 센티미터'의 문제는, 기술의 벽을 넘는 데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세쿼이아차이나가 7년을 기다린 것은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적 가치를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로봇 산업은 7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또 다른 '왕싱싱'을 찾아 헤매고, 엔지니어 겸 창업자들은 부호가 된 뒤에도 매일 야근하며 기술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정책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배포와 상용화를 향한 5년에서 10년의 중장기 정책이 타임라인에 맞추어 누락 없이 진행 중입니다.

이로서 미래는 예견됩니다.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 왕싱싱이 제시한 그 시간표대로 언젠가 로봇이 우리의 가정과 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날이 올 것입니다.

중국 로봇 산업의 진면목은 상장 이슈나 행사 부스에 있지 않습니다. 진짜 실체는 7년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하는 자본, 정권과 경기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단기 엑시트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업자 정신. 이 세 가지가 한데 모여 불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 — 그것이 지금 중국 로봇 산업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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