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판매 3배…정기예금 1000조 눈앞
ETF 판매 97% 급감·‘빚투’도 주춤
[연합뉴스]환율 하락과 증시 불안이 맞물리면서 은행권 자금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자 개인과 기업은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금값 반등에 골드바와 골드뱅킹에도 돈이 몰렸다. 반면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판매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감소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49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694억4000만달러보다 54억8000만달러(8%) 늘었다. 5대 은행이 합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 달러예금은 지난달 말 127억1000만달러에서 132억2000만달러로 5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2022년 2월 말 138억5000만달러 이후 4년6개월 만에 가장 많다. 기업 달러예금도 617억달러로 불어나 2022년 12월 말 620억5000만달러 이후 3년8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지자 달러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1556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지난 21일 장중 1380원선까지 내려가며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뿐 아니라 금 관련 상품에도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5대 은행이 판매한 골드바는 829억6000만원어치로 집계됐다. 지난달 전체 판매액 300억1000만원의 약 2.8배로, 올해 1월 859억4000만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2월 518억5000만원으로 줄어든 뒤 7월까지 매달 300억∼500억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국제 금값이 반등하면서 판매액도 다시 800억원대로 뛰었다.
금을 계좌로 사고파는 골드뱅킹 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의 잔액은 지난달 말 1조7159억원에서 이달 20일 1조8107억원으로 948억원 늘었다. 골드뱅킹 잔액이 전월보다 증가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달 중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420.4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9% 상승했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약해진 점이 금값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해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자금도 늘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98조7064억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말 984조9399억원보다 13조7665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 달 동안 35조5401억원 급증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자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금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 창구를 통한 증시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5대 은행의 ETF 판매액은 4634억원으로 지난달 2조4589억원보다 1조9955억원(81%) 줄었다.
ETF 판매액은 지난 5월 15조317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6월 14조1413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2조4589억원으로 한 달 만에 11조6825억원(83%) 급감했고 이달에도 위축된 흐름이 이어졌다. 이달 판매액은 지난 5월과 비교하면 약 97% 줄어든 수준으로, 2023년 11월 4589억원 이후 가장 적다.
대출을 활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수요도 주춤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1080억원으로 지난달 말 44조1732억원보다 652억원 줄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5월 말 41조4482억원에서 6월 말 43조2812억원, 7월 말 44조1732억원으로 증가해 왔지만 이달 들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현물이나 선물, 레버리지 ETF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대출까지 활용해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