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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공격받았다”며 미국에 맞불…‘한몸 경제’ 美·캐나다 파국 치닫나

카니 “우리는 전쟁 중”…美관세만큼 보복관세
트럼프, 캐나다산 수입품 추가 고율 관세 방침
온타리오 주지사 “석유·가스·전력 무기화해야”
양국은 사실상 ‘한몸경제’ 장기화 땐 美도 타격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관세 압박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사실상 ‘전쟁’을 선언하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는 전통적 우방이자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얽힌 두 나라가 무역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카니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렬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캐나다가 미국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공격받았다”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특히 미국이 추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요구한 합의가 캐나다에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들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빠르게 악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 자유무역협정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캐나다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양국 관계에 큰 균열이 생겼다.

이후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캐나다산 철강·자동차·목재 등 주요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에 달하는 추가 고율 관세까지 거론되면서 캐나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북미 경제통합의 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USMCA에 대해 “실질적인 이점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양국이 관세를 주고받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북미 공급망을 하나로 묶어온 자유무역 체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경제 문제를 넘어 캐나다 국민의 반감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와 카니 총리를 미국의 ‘주지사’에 빗대는가 하면 “캐나다는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더 이상 미국의 압박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이 확산하고 있다. 카니 총리의 대국민 연설 이후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지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면 주캐나다 미국 대사의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에도 상당수의 서명이 모였다.

미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지사는 카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석유·가스·전력을 대미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중부 지역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공급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 가운데 상당 부분을 캐나다가 공급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양국의 의존관계는 매우 깊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캐나다는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캐나다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고 제조업체 상당수가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충격이 고용과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캘거리대의 트레버 톰베 경제학 교수는 이번 사태로 캐나다에서 최대 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역시 결코 작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급망은 자동차·에너지·농업·제조업 등 곳곳에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도 캐나다에 의존한다. 캐나다산 원자재와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떠안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높은 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 또 다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전쟁은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싸움’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나라는 안보동맹을 넘어 수십년 동안 공급망과 에너지, 산업을 공유하며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해왔다. 그런 두 나라가 관세를 무기로 서로를 압박하는 것은 마치 한몸처럼 얽힌 두 경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이 압도적인 경제력을 앞세워 캐나다를 굴복시키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치러야 할 비용 역시 작지 않다. 반대로 캐나다도 대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장기적인 정면대결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국 경제와 국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맹으로 지내온 두 나라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충돌하는 현실은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생경한 모습이다. 서로의 번영을 떠받쳐온 경제적 연결고리까지 훼손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양국 국민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상대를 굴복시키려 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깊게 얽혀있는 두 경제가 함께 비용과 이익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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