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韓 제조 인프라가 동력
삼성·SK·현대차 등 이미 관심
국산 AI칩 생태계 시너지 기대
로보티즈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세계로봇대회(WRC)에 참가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하고 있다. 로보티즈 제공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중소·중견·스타트업 기업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핵심인 관절과 로봇 손 센서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강소기업들이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엔비디아 등 글로벌 업체와도 전략적인 협력과 투자를 받으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으로 축적된 국내 중간재 경쟁력을 잘 살리면 세계적인 수준의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각 기업들은 기술 역량 개발은 물론 국내외 기업간 협업,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미국 테슬라, 어질리티나 중국 애지봇, 유니트리와 같은 굴지의 토종 기업은 없지만 각각 핵심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보티즈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세계로봇대회(WRC)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사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로보티즈 제공코스닥 상장사 로보티즈는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LG전자가 2대주주이기도 한 로보티즈는 2024년 1월 피지컬 AI 시대를 알린 ‘알로하 프로젝트’에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를 공급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티즈는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세계로봇대회(WRC)에 한국 업체 중 유일하게 참가해 애지봇, 유니트리 등 중국 현지 업체들과 대등한 기술력을 뽐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자사 오픈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의 핵심 코드까지 공개하는 등 ‘K-피지컬AI’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에이로봇은 현재 시리즈B 라운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로봇은 오는 10월 휴머노이드 양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으로, 현재 휴머노이드 ‘앨리스’ 시리즈를 비롯해 서비스·반려로봇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 핸드를 포함한 ‘로봇용 센서 부품’을 중심으로 하는 토종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 계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RB-Y1’에 고정밀 힘토크 센서를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6년 글로벌 딥스’에도 선정됐다.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도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마키나락스는 AI 운영체제(OS) 기반의 피지컬 AI 기업으로, 가정용 휴머노이드보다 산업 현장 등 제조AI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6월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 에이로봇 부스에 관람객들이 로봇 시연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장우진 기자산업 현장의 자동화 솔루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마키나락스는 국방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국내 피지컬 AI 스타트업인 리얼월드는 엔비디아와 로봇 핸드 분야의 평가 모델 협력 관계를 맺었으며, 최근엔 피직스심랩·스페이스에이아이·엔닷라이트 등 토종 로보틱스·시뮬레이션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정밀 손재주 평가 벤치마크 고도화에 나섰다.
리얼월드는 엔비디아의 아이삭(Isaac) 기반 로보틱스 플랫폼 생태계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벤치마크 환경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AI 강소기업의 활약은 향후 국산 AI 칩의 성장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현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 비중이 높지만, 학습 이후 현장 투입(디플로이) 단계에 접어들면 신경망처리장치(NPU) 토종 유니콘인 리벨리온, 퓨리오사AI와의 협업으로 기술 내재화 생태계가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 로봇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휴머노이드 자체로 성공한 기업이 없다. 이미 상장한 기업들도 산업용 로봇 부품에서 시작해 휴머노이드로 발전한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뿐 아니라 조선·방산 등 제조 인프라가 풍부해 기회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생각보다 부품 국산화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 이를 어떻게 생태계로 구축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