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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일본이냐, 해외 투자 고심하는 K반도체... "중요한 건 기술 주도권"

'팹 지어라' 미국 압박 속 일본도 저울질
최태원 이어 이재용도 대통령 회동 예정
'가능성은 열려 있어'... 장소와 규모 주목
美 빅테크 가깝고 한미관계 지렛대 기대
日 소부장 강하고 생태계도 갖춰져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자국에 지으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 역시 유력한 입지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우리 반도체 업계의 해외 투자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일본을 놓고 확실한 우열을 가리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국에 지으면 핵심 고객인 빅테크들을, 일본에 지으면 뛰어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가까이 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보다 기술 주도권과 기업의 투자 여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해외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대미 전략투자의 일환이든 그와 별개로든 두 회사 모두 반도체 해외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상반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테일러=AFP 연합뉴스 2024년 상반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테일러=AFP 연합뉴스

SK는 특히 해외 반도체 투자에 대해 좀 더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혀왔다. 최 회장은 13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미국에 메모리 전(前)공정 팹을 지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의향이 있다"면서도 전력, 용수, 협력업체 공급망이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지역들을 함께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그중 한곳이 일본 미야기현이란 얘기가 최근 나왔다. 최 회장이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엔 필요한 생태계가 모두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고, SK하이닉스가 21일 공시에서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본 투자 역시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두 기업이 이해득실을 정교하게 따지고 있을 거란 시각이 많다. 미국 투자의 장점으론 최대 수요처인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연결성이 부각된다. AI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발하는 현지 시장에서 직접 생산하면 물류와 리드타임 부담이 줄고, 고객사 접근성도 높아진다. 또 조선업('마스가' 프로젝트)에 이은 대미 카드로 해석돼 한·미 관계의 지렛대로 작용할 거란 기대도 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그래픽=박종범 기자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선 국립대인 도호쿠대가 반도체 관련 산학 협력을 이끌고 있다. 미야기현은 일본 정부가 규슈, 홋카이도와 함께 반도체 산업 3대 거점으로 육성 중이며, 아시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의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와 도시바 반도체 공장도 가까워 이미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지 장점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투자 여력과 기술 주도권 확보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투자와 생산시설 분산에 따른 기업의 단기적 재무 부담과 관리·운영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현금창출력이 좋아진 만큼 추가 투자 검토 여력은 커졌다"면서도 "용인·청주·호남 투자도 장기간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이라 (해외 투자는) 시장 수요와 사업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재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 7월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

해외에 팹을 짓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 기술 유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유출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협약을 맺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 인력 운용과 기술 정보 관리, 데이터 접근 통제 같은 기술 보호 체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생산과 연구개발을 국내외에 적절히 안배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 원장은 "핵심 생산 기반,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 경쟁력, 초기 양산 역량은 국내에 충분히 유지해 기술 개발과 상업 생산의 선순환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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