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제주 관광 흥행 일으킨 ‘폭싹’, 돈은 어디로…“제주에 남는 구조 만들어야”

관광 돈 3분의1 역외로…도내 조달·고용 연계한 지원체계 제언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미디어경영세션에서 ‘미디어산업과 지역경제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미디어경영세션에서 ‘미디어산업과 지역경제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으로 제주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이 같은 ‘콘텐츠 특수’를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제작 단계부터 지역에 돈과 일자리가 남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미디어경영세션에서 ‘미디어산업과 지역경제효과’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 ‘폭싹’ 뜨자 김녕해수욕장 방문 95%↑…“드라마 보고 온다”

김 교수에 따르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방영 이후 제주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었다. 특히 기존 제주 관광에 대한 관심이 자연경관에 집중됐다면 작품 방영 이후에는 해녀와 제주어, 시대사 등 지역 고유의 문화와 서사로까지 관심이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 빅데이터를 보면 ‘해녀’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은 방영 전인 지난해 1~2월 월평균 5000건에서 3월 7460건으로 49% 증가했다. 3~4월 새롭게 올라온 ‘제주어’ 관련 유튜브 콘텐츠도 58편으로, 조회수는 220만회에 달했다.

높아진 관심은 실제 방문으로도 이어졌다. 방영 전인 1~2월과 방영 후인 3~4월을 비교한 결과 김녕해수욕장의 내비게이션 도착 건수는 2442건에서 4775건으로 95.5% 증가했다. 제주목관아 역시 같은 기간 198건에서 347건으로 75.3% 늘었다.

김 교수는 “‘드라마 보고 온다’는 말을 숫자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다만 ‘폭싹 속았수다’ 한 편이 제주 관광에 미친 효과는 별도로 식별할 필요가 있지만, 국가 단위의 증거는 일관되게 ‘콘텐츠→방문’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 제주 배경이었지만 제작 거점은 아니었다…경제효과는 ‘역외로’

여기에서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콘텐츠 흥행이 실제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졌는지 여부다. 제주에 대한 관심과 관광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그 효과가 지역의 생산과 소비로 충분히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제작 과정에서도 이 같은 한계는 드러났다. 주요 장면 상당수가 제주가 아닌 외부 세트에서 촬영되면서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효과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제주는 배경이었지만 제작 거점은 아니었다”며 “또 흥행 이후 제주가 로케이션 인센티브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상향하고 세트장 조성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약 600억원으로 알려진 전체 제작비와 비교하면 지원 규모는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콘텐츠 산업의 생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콘텐츠 관련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지역 안에서 받아낼 조달·생산 사슬이 충분하지 않아 경제효과 일부가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 정보통신·방송산업의 영향력계수는 0.78로 전체 산업 평균인 1.0을 밑돌았다. 해당 산업에 1000원의 최종수요가 발생할 경우 제주에서는 전국적으로 1497원의 생산이 유발되는 반면 서울은 1675원으로 더 컸다. 특히 서울은 이 가운데 1360원이 지역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다녀가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투자·고용·정주로 연결해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폭싹 속았수다’가 제주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킨 것은 관광 포스터가 수십 년 못 한 일을 한 분기 만에 해낸 것”이라며 “다만 ‘알려지는 효과’는 가장 빠른 만큼 가장 빨리 식는 효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흥행에 따른 관광 효과를 지역경제에 남기려면 관광객의 1000원이 지역에서 몇 바퀴 도는지를 봐야 한다”며 “관광의 돈은 많이 돌지만 최대 3분의 1이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왕좌의 게임’은 촬영장을 관광자산으로…“손잡은 지역만 특수 바꾼다”

이에 김 교수는 콘텐츠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인지·브랜드→방문·소비→자산·정주·생산기지’의 세 단계로 구분하며, 관광 수요를 투자와 고용, 제작 인프라 등 지역에 남는 장기적인 자산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실제 콘텐츠 흥행을 일회성 관광 특수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자산으로 연결한 사례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곳이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북아일랜드다. 중앙정부의 세제 지원과 지역기구의 제작 지원을 결합해 작품을 유치한 뒤 종영 이후에는 촬영 세트를 상설 스튜디오 투어로 전환했다. 2018년 당시 관광객 6명 중 1명이 ‘왕좌의 게임’과 연관돼 북아일랜드를 방문했다고 답할 정도로 관광 효과도 컸다.

김 교수는 “역외 누출을 줄이고 얇은 콘텐츠 사슬을 키우면 같은 드라마로도 제주에 남는 몫이 커질 수 있다”며 “지역이 콘텐츠 산업과 손잡을 때 비로소 특수를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작지원금 규모보다 지역에 실제로 남는 효과를 중심으로 지원 방식을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내 조달과 지역 인력 고용, 반복 제작, 주민 편익 등을 성과조건으로 설정하는 한편 방영 이후에는 촬영지를 관광 자원화하고 세트장·스튜디오와 제작 인력까지 지역에 축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중앙정부의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에 지방정부의 제작비 환급과 인프라 지원을 결합하고, 지역 내 지출과 고용 등을 공동 성과조건으로 두자는 것이다. 영국이 중앙정부의 세액공제와 북아일랜드 지역기구인 Screen NI의 보조·스튜디오 지원을 결합한 사례가 참고 모델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5000만원의 동행으로 시작한 작품 곁에서 3000억원 규모의 방문 소비가 함께 왔다”며 “다음 동행의 과제는 새는 3분의 1을 막고 얇은 사슬을 심는 일이다. 그것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제주와 미디어, 그리고 중앙정부가 함께해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