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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우상향을 좇을 때 ‘발’이 되겠다”…O.O.O가 부른 김창훈의 ‘낮은 사랑’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모두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시대다. 차트 순위도, 주가도, ‘좋아요’와 팔로어도 올라갈수록 환영받는다.

김창훈은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누군가를 묵묵히 떠받치는 ‘발’이 되겠다고 노래한다.

밴드 O.O.O(오오오)가 부르고 연주한 김창훈의 신곡 ‘발’이 산울림 데뷔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개된다.

‘발’은 제목 그대로 누군가의 발이 되겠다는 노래다. 화자는 ‘너’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다주고, 늘 아래에서 우러러보겠다고 다짐한다.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며 비가 오고 눈이 내려도 낮은 곳에 머물겠다고 약속한다.

화려한 상승 대신 낮아지는 사랑이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이를 지금 시대의 풍경과 겹쳐 읽었다. 많은 것과 높은 것을 추구하고, 주식의 우상향과 더 많은 ‘좋아요’, 팔로어 숫자에 익숙해진 시대에 스스로 떠받치는 존재를 자처하는 ‘발’의 태도에 주목했다.

음악도 위로 치솟지 않는다.

대체로 중저음에 머무는 선율은 복잡한 기교를 앞세우지 않는다. 묵묵하게 걸음을 옮기는 발처럼 느린 호흡으로 전진한다.

O.O.O의 해석은 첫 소절부터 산울림의 기억을 소환한다.

임 평론가는 ‘어디든지 데려다줄게’에서 시작해 ‘좁은 길’로 음이 떨어지는 대목의 음성과 창법에서 김창완을 떠올렸다. O.O.O가 음악을 시작하던 무렵 산울림을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인연도 이번 작업과 맞닿는다.

그러면서도 결과물은 단순한 산울림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축축하게 명멸하는 기타 분산화음과 트레몰로 효과, 느린 템포 위에 놓인 묵직한 비트는 1990년대 모던 록의 질감을 품는다.

임 평론가는 이를 두고 1980년대 산울림이 1990년대 델리스파이스를 만난 뒤 2026년 O.O.O의 입과 몸을 빌려 속삭이는 발라드에 비유했다.

김창훈 특유의 미니멀리즘도 곡 곳곳에 숨어 있다. 단순하게 들리는 진행 안에 미묘한 화성 변화를 배치해 쓸쓸한 정서를 깊게 만든다.

후렴에서도 쉽게 폭발하지 않는다.

거친 기타를 밀어붙여 감정을 끌어올리는 대신 오르간과 멜로트론을 연상시키는 신시사이저가 은근하게 곡을 감싼다. 후반부 연주가 고조돼도 보컬은 낮은 선율을 지킨다.

노랫말의 ‘낮은 곳’과 음악의 방향이 겹치는 지점이다.

임 평론가는 “김창훈의 서정과 태도가 O.O.O의 서정과 태도와 절묘한 방식으로, 정확하게 공명하는 것”을 ‘발’의 음악적 미덕으로 꼽았다.

높은 음과 거센 소리, 뜨거운 텐션을 앞세우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 오래 걷는다.

산울림은 2027년 데뷔 50주년을 향해 산울림과 멤버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을 후배 뮤지션들과 잇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가을 시작한 프로젝트는 다양한 장르의 후배 음악인들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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