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에 고령층·비거주자 매도 고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앞둔 급매도 등장
“호가 조정 있지만 장기간 지속 어려워”
여의도 재건축 시장에서 가격을 낮춘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의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양도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강남권에 이어 여의도에서도 매도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앞두고 서둘러 매도하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23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기존 호가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56㎡ 매물은 40억 원에 나와 있다. 올해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인한 급매장이 열렸을 때도 41억 원까지 거래가 된 만큼 최근 호가 조정이 가시화된 셈이다.
시범아파트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지위양도 제한 때문에 팔고 싶어도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단지에서 4~5건의 매물이 나왔다”며 “강남권만큼 가격이 갑자기 크게 빠지는 건 아니지만 기존 호가보다 1억~2억 원 정도 낮은 정도로는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 단지의 고령층 비중도 매물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여의도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시범아파트는 이주까지 2년 정도 남았는데 이주비 조달과 시간적 부담 때문에 이주 전에 팔고 나가려는 고령층이 기존에도 꽤 있었다”며 “내년부터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는 큰 평형에 고령층 소유자가 많은 반면 작은 평형에는 젊은 수요자가 많이 유입됐다”며 “큰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데 사실 생활비만 겨우 확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매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내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사라지는 영향으로 고령 소유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양도차익 공제 한도가 신설돼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부터는 10억 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장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큰 재건축 단지일수록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의도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차익이 30억 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공제 한도가 10억 원으로 생긴다고 하니 세액 차이가 크게 벌어져 매도를 새롭게 고민하는 분들도 생겼다”고 전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걸리기 전 매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한 1세대 1주택자를 제외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렵다. 특히 비거주자의 경우 세 부담은 늘어나는데 매도는 막히는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의도 삼부아파트와 수정아파트는 오는 9월 조합설립인가가 예상되고 있어 그 전에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삼부아파트 전용 135㎡는 36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지난 5월 38억900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2억~3억 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수정아파트 전용 74㎡는 기존 25억9000만 원 매물이 최근 24억5000만 원까지 호가를 낮췄다.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로 나오고 있는 물건은 매도자가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못 갖춘 매물들로 9월 조합설립인가 전에 잔금까지 치러야 해서 임박할수록 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매물 증가세도 뚜렷하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매물은 732건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 621건보다 약 17.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이 약 9.5%, 강남구가 약 13.4%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안으로 고가 재건축 시장의 호가가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매물을 내놔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준상급지로 통하는 목동이나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호가가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고분양가를 고려하면 장기간 가격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단지에서 가격을 낮춘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매물이 앞으로도 급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