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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가 먼저 손 내밀었다…LS전선, 유럽 신공장 짓고 북미 ‘제2본사’로[biz-플러스]

AI 붐 확산…전력기기 증설 속도전
구글·아마존 등 유럽 AIDC 확대
구미·멕시코 공장만으로는 한계
현지 생산체계로 수요 직접 대응
美선 5조 수주 LSCUS가 핵심축
컨트롤타워 개편해 그룹역량 집결
가온전선 미국 생산 법인 LSCUS 전경 가온전선 미국 생산 법인 LSCUS 전경LS전선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전력 설비인 ‘버스덕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에 첫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미국 빅테크들이 유럽 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 구축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LS전선은 아시아와 북미에 이어 유럽까지 생산 체계를 확장하는 한편 북미 사업 조직도 ‘제2의 본사’ 수준으로 키워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우태 LS(006260)전선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최근 폴란드 생산법인과 북유럽 지역을 방문해 버스덕트 생산라인 신설 방안을 논의했다.

버스덕트는 AI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대규모 전력을 서버와 각종 설비로 안정적으로 분배하는 장치다. 전선과 변압기가 데이터센터 외부 전력망을 구성하는 핵심 설비라면 버스덕트는 건물 내부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AI 서버의 전력 소비가 크게 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필수 설비로 자리 잡고 있다.

LS전선은 유럽 신공장을 내년까지 완공하고 현지에서 버스덕트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주요 빅테크 고객사가 제품 구매를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유럽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요청하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설비를 짧은 기간 안에 구축해야 하는 만큼 버스덕트 공급이 지연될 경우 전체 공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북미에 이어 유럽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빅테크들이 납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LS전선에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요구한 배경이다.

현재 LS전선의 버스덕트 생산은 경북 구미 공장이 맡고 있다. 북미 물량은 올 4분기 가동 예정인 멕시코 생산법인이 담당할 계획이다. 여기에 유럽까지 별도 생산기지를 확보해 글로벌 3대 권역의 공급망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신공장 후보지로는 기존 케이블 생산시설이 있는 폴란드와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북유럽 지역이 검토되고 있다.

빅테크 AI 투자 1000조 시대
유럽 데이터센터 수요도 ‘폭증’
LS전선이 유럽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배경에는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들의 폭발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 3945억 달러(약 547조 원)에서 올해 7819억 달러(약 1085조 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9754억 달러(약 1354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인프라 경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이다.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000500)도 맥킨지앤컴퍼니 자료를 인용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이 지난해 294조 원에서 2030년 494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에이전틱 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도 미국에서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업무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데이터 연산과 저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서비스 장애를 막기 위해 같은 지역이나 여러 국가에 통상 2~3개 이상의 가용영역(AZ·Availability Zone)을 구축한다. 한 데이터센터에서 화재나 침수 등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시설을 통해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데이터를 분산·복제하는 방식이다. AI 서비스 시장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가 동시에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구글은 오스트리아와 스웨덴·노르웨이·네덜란드 등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인프라 확충에 나섰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포르투갈 등에서 AI 데이터센터 신설과 기존 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LS전선의 유럽 공장 건설 역시 이 같은 고객사들의 투자 일정에 공급망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빅테크와 공급계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면 고객사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에 맞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능력 역시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구미 공장 증설과 멕시코 공장 가동을 통해 버스덕트 전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최대 3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만으로 유럽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적기에 대응하기에는 물류와 납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존 전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폴란드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북유럽에 별도의 생산기지를 확보해 유럽 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북미는 ‘제2 본사’ 체제로
AI 수주 컨트롤타워 세운다
LS전선 폴란드 케이블 공장 전경. LS전선 LS전선 폴란드 케이블 공장 전경. LS전선LS전선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북미 사업의 컨트롤타워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현재 북미에서는 초고압 케이블 판매를 담당하는 LSCSA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추진하는 LS그린링크, 중전압 케이블과 버스덕트 사업을 담당하는 가온전선 산하 LSCUS 등 3개 계열사가 각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S전선은 2020년 미주지역본부를 출범시켰지만 현재 조직의 역할은 사실상 LS그린링크 사업 지원에 집중돼 있다. LS그린링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현지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북미는 물론 대서양을 건너 유럽 시장까지 공략하는 영미권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에는 LSCUS가 AI 데이터센터용 버스덕트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북미 사업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주문이 급증하면서 LSCUS는 이미 총 5조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LS전선의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수주잔액이 사상 최대인 9조 5535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SCUS가 확보한 물량만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LSCUS는 이달에도 약 2000억 원 규모의 버스덕트 공급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여기에 해당 고객사와 기존 계약 물량의 2~3배 수준에 이르는 추가 공급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북미 빅테크 영업의 최전선으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LS전선은 자회사 가온전선 산하 조직인 LSCUS가 다른 북미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총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보고 미주지역본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LSCUS가 초고압 케이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동남아시아 생산법인 LS비나까지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계열사별 사업 영역도 빠르게 겹치고 있다. 기존의 법인별 역할 분담 대신 그룹 전체 역량을 묶는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LS전선은 현재 외부 컨설팅을 통해 미주지역본부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 인력과 조직 규모를 늘리고 법인별로 분산돼 있는 업무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LS전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미 조직을 제2의 본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연말이나 내년 초 새로운 형태의 북미 조직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아직 본격적인 확장 국면의 초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수록 초고압 케이블과 해저케이블, 중전압 케이블, 버스덕트 등 LS전선 계열의 전력 인프라 제품 수요가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시작 단계에 가깝다”며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제품을 제때 공급하려면 개별 법인 차원을 넘어 LS전선 그룹 전체의 생산·영업 역량을 하나로 묶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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