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주택 보유한 소득 없는 고령층 정면으로 겨냥
● ‘공정 과세’라는 정부, “명분 없는 비겁한 증세” 비판도
● 증세는 명분 명확하고 부작용 최소화해야
● 비거주 1주택자, 팔거나 내 집으로 들어가거나
● 세입자, 쫓겨나거나 임차료 올려주든가
● 차익 15억 이상 1주택자는 양도, 무주택자는 매입 고려해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뉴시스 |
급기야 8월 중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번 개편안이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민심 이반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3선 황희 의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던진 폐버스 개조 청년주택, 이른바 ‘버스 하우스’ 구상이 거센 역풍을 맞은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방증이다. 헛소리를 애교로 봐줄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는 뜻이다. 우선 2026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함께 무엇이 문제이고, 향후 부동산시장은 어디로 흘러갈지 점검해 보자.
고가주택 보유한 소득 없는 고령층 정면으로 겨냥매년 보유할 때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할인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공제금액,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이 3가지가 세 부담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1주택이어도 거주와 비거주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차별을 준 것이다. 1주택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제외 기준을 12억 원(시가 약 17억 원)에서 14억 원(시가 약 2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약 20억 원 이하 주택을 1채 가진 사람은 종합부동산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거주와 비거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거주 1주택은 공제금액이 12억 원에서 오히려 14억 원으로 늘어나 세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비거주 1주택은 공제금액이 9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세부담이 확 늘어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15억 원의 주택을 10년 동안 보유한 60세의 경우 올해 27만6000원을 내지만, 2028년에는 거주하면 10만8000원으로 오히려 줄고, 비거주는 152만1000원으로 늘어난다.
공시가격 35억 원(시가 약 50억 원)의 고가 아파트는 더 아찔하다. 올해 453만9000원을 내던 1주택자가 2028년에는 거주해도 978만5000원으로 2배가량 늘어나고, 거주하지 않으면 무려 1970만3000원으로 4배나 껑충 오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2027년 70%로,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보유한 경우(1가구 1주택자 제외)는 2028년부터 80%로 오른다. 세율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건만, 막상 세제개편안 내용은 2028년부터 1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에 현행 3주택 이상 수준인 0.5~5.0%의 단일 세율표를 적용한다.
집을 팔 때 내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명칭 자체가 바뀐다. 2027년은 현재와 동일하게 10년 거주와 보유를 할 경우 최대 80% 그대로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2029년이 되면 10년 거주해야 최대 80%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공제 한도를 10억 원으로 제한한다. 강남 3구 고가 아파트를 수십 년간 보유한,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고령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2027년 장특공제 유예,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와 함께 65세 이상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 고령자가 수도권 집을 팔고 지방으로 갈 경우 2027년 50%(5억 원 한도), 2028년 30%(3억 원 한도)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 주택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매물을 끌어내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세제개편안은 역대급으로 많은 변화가 있고 복잡하기도 해서 세무사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다. 물론 소득세법과 종부세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세율 등 숫자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180도 정책 전환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정 과세’라는 정부, “명분 없는 비겁한 증세” 비판도이번 세제개편안의 철학인 ‘부동산은 Buying(사는 것)이 아니라 Living(사는 곳)’, 즉 거주 중심의 주거 트렌드 전환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증세의 경우에는 명분이 명확해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1주택이어도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세부담이 늘어나고 50억 원 초과 주택은 거주해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거나 증세 목적은 아니라고 한다. 공정 과세와 조세 형평성, 합리화라는 명분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3% 대비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도차익이나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저가주택보다 고가주택의 세부담이 높다.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 부담은 OECD의 3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필자는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증세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낮은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문제라면 초고가가 아닌 지나치게 낮은 재산세 부담을 올리는 것이 진짜 정상화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집 가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우니 가장 소수이고 증세 효과가 큰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부담을 올렸다. “명분 없는 비겁한 증세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
친구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왜? 어디다 쓰려고?”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일반 국민끼리 돈을 빌릴 때도 이유와 근거를 확인하는 게 정상이다. 하물며 국가가 비거주 1주택 국민의 주머니에서 돈을 더 가져가면서 납득이 잘 안 되는 ‘공정 과세와 합리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성의와 예의가 없어 보인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Who)에게 왜(Why) 올리는지 증세의 명확한 목적과 그 세금을 어디다(Where)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바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더 큰 문제는 서민 주거 안정이다. 백번 양보해서 명분은 그렇다 치고 적어도 조세정책은 부정의 효과보다 긍정의 효과가 더 많아야 한다.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의 부담을 늘려 정말 고질적인 서울 주택 문제가 해결되고 서민 주거가 안정되면 충분히 밀어붙일 만하다. 그러나 증세로 주택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입자, 쫓겨나거나 임차료 올려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부정의 효과는 많이 들었으니 긍정의 효과 하나만 알려주세요.” 1차적으로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강남 3구의 아파트 시장이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 보유한 고령자들 가운데 세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분들은 2027년 유예기간 내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긍정의 효과는 여기까지다. 강남 3구에서 나오는 일부 급매물은 현금 능력이 있는 더 부잣집 자녀가 산다.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는 전문직도 못 산다. 그들만의 리그이자,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정부가 알려준 절세 구간인 30억 원 이하 아파트 시장의 집값은 더 올라가게 생겼다. 어차피 토지거래허가제로 실거주를 해야 하는 만큼 세부담이 줄어드는 30억 원 이하 집을 사서 거주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한 전략이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최대 피해자인 무주택 세입자들은 비상사태다. 세금 몽둥이를 맞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 집주인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팔거나 거주를 선택할 경우 그 집에 사는 세입자는 쫓겨 나가야 한다. 보유하거나 증여를 선택할 경우 그 집에 사는 세입자는 임차료를 올려줘야 한다.
세입자에게는 쫓겨나거나 임차료를 올려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결국 등 떠밀린 세입자들까지 집을 사자로 돌아서면서 20억 원 이하 아파트 시장은 신혼부부들과 절세를 위해 내려오는 매매 수요자들, 주거 안정을 위한 세입자까지 더해지면서 박 터지게 생겼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증세의 종은 울리는지 묻고 싶다.
대대적인 세제개편으로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원점에서 부동산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다주택자들은 이미 답이 나왔다. 더 보유해서 설사 집값이 더 올라가더라도 세금 폭탄을 맞으면 결코 유리할 것이 없기에,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2027년 6월 1일 이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이 똘똘한 아파트이고 현금 능력이 있다면 자녀에게 증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차익 15억 이상 1주택자는 양도, 무주택자는 매입 고려해야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사람들은 상황별로 따져봐야 한다. 장기 보유한 고령자인데 양도차익이 15억 원 이상 된다면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가 아직 없는, 즉 장특공제가 유예되는 2027년에 양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2029년부터는 공제 한도가 10억 원으로 묶이기 때문에, 지금 매도해 공제 혜택을 온전히 받은 뒤 비슷한 아파트를 다시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거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시도해 볼 만한 전략이다. 팔기가 어렵다면 가격 조건이 비슷한 이웃과 교환하는 방법도 있다.
양도차익이 10억 원 이하이고 비거주 1주택자라면 가급적 거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종부세 기본공제가 거주는 14억 원, 비거주는 9억 원으로 벌어지는 만큼, 비거주보다 거주가 확실히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무주택 세입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정작 세금을 내는 쪽은 집주인이지만, 그 청구서는 결국 세입자에게 넘어오고 있다. 절세 셈법을 이미 마친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입자들에게 계약 만기 전 실거주 통보를 하는 사례가 실제로 늘고 있고, 서울 전세 매물은 이미 연초 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게다가 올 하반기(8~12월)에만 만료를 앞둔 전월세 물량이 5만 가구를 넘어, 부동산 관련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마음 놓고 있다가는 최악의 전월세난에 밀려 전월세 난민이 될 수 있다.
전세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무주택 세입자라면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미리 빼달라고 해서 자금 상황에 맞춰 주택 매입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면적을 줄이든, 신축에서 구축으로 가든, 서울에서 경기나 인천으로 가든 주거 안정을 위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