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해보니 8억 안팎, 20년 보유 땐 2.4억
'미실현이익에 50%' 과도하단 의견 여전해20년째 유명무실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최근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이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위한 절차를 밟으면서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는 방식도, 부과하기 위한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조합은 지자체가 사전 통보한 금액이나 자체 추산한 수치를 가지고 '예상'할 뿐이다. 조합원들은 물론 이 단지 아파트를 신규 매수하려는 수요자들도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궁 속에 빠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사진=네이버 부동산트리니원 집값? '재초세'가 좌우2006년 도입된 재초환법은 유예를 거듭하다가 2018년 부활했다. 하지만 실제 부과는 거의 없어 '있으나 마나' 한 제도였다.
국토교통부가 2년 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5개 단지에 총 25억49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됐고 실제로 징수된 건 총 16억3500만원이었다.
중랑구 A연립(3200만원)과 B연립(5800만원), 송파구 C연립(1000만원), 용산구 D연립(15억3500만원)이 부담금을 냈다. 강남구 E연립은 7억1600만원을 부과받았지만 취소소송 중에 있다. 부과 면제 기한이 종료된 2018년 이후엔 단 한 건도 부과되지 않았다.
최근 준공 인가를 받은 래미안 트리니원에 1인당 수억 원대 부담금이 부과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부담금을 산정하려면 자료가 필요해 지난달 말 조합에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신반포18차(오티에르 신반포), 신반포 21차(오티에르 반포), 반포현대(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신성빌라(방배 센트레빌 인더포레)에도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담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선 혼란이 일고 있다. '재초세'로 부르며 세금으로 간주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래미안 트리니원 매물을 다루는 서초구의 A 공인중개사는 "추가분담금과 재초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내놓은 물건"이라며 "추분은 거의 없고 재초세는 많아봤자 2억~3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B 공인중개사는 "재초세가 연말쯤 확정될 거 같은데 지금 대략 얘기하는 건 7억~8억원 정도"라며 "추분, 재초세까지 다 합쳐서 (호가가) 6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재초환법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을 계산해 보면 이렇다. 재건축 초과이익을 구하는 공식은 '종료시점 주택가액-(개시시점 주택가액+정상주택 가격상승분+개발비용)'이다.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3월 52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준공인가를 받고 이달 입주했다. AID차관주택(반포주공1단지 3주구)이던 2014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법에 따라 종료시점으로부터 10년 전인 2016년을 개시시점으로 삼았다. 10년간 오른 집값(공시가)은 27억6690만원이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오른 '정상주택 가격상승분'을 뺀다. 정기예금 이자율과 평균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비율을 개시시점 주택가액에 곱한 값이다. '개발비용'도 제한다. 공사비와 설계감리비, 각종 세금, 공공기여 등이 포함되지만 확보할 수 있는 수치인 공사비만 고려했다. 이를 통해 산출한 '재건축초과이익'은 17억6770만원이다.
1인당 평균 이익이 8000만원 이하면 부담금이 면제된다. 8000만원을 넘으면 10~50%가 누진적으로 부과된다.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 가장 높은 구간으로, 2억8000만원까지 쌓인 부담금 5000만원에 초과분의 50%를 더해 부담금 7억9385만원이 산출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는 대략적인 수치일 뿐 실제 개발비용 등을 고려하면 달라질 수 있다.
재초환은 장기보유특별공제처럼 감경 조항이 있다. 6년 이상 보유하면 10~70%를 깎아주는 것이다. 준공인가를 받기 20년 전부터 보유한 조합원은 가장 높은 구간인 7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 2억3815만원이 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던 재초환 폐지 논의는 정권 교체 이후 자취를 감췄다. 2024년 김은혜 의원이 대표발의한 폐지 법안은 사실상 좌초됐다. 발의자였던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국토위에서 "21대 때 폐지를 주장하다가 반대 의견이 너무 많았다. 구간을 조정해 부담을 줄였는데(부과 기준 3000만→8000만원) 폐지까지 가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자체를 통해 작년 말 기준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 단지와 예상 부담금 현황 취합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매년 시행하는 정례적인 현황 조사로 부담금 부과 및 징수의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은혜 의원은 국토위에 참석한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을 향해 "2024년엔 재건축 부담금 폐지를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지 않느냐"라며 "그때 국토부와 지금 국토부가 다르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차관은 "그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폐지를 추진하던 때는 시장이 침체기였지만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과열됐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있었다. 반드시 실현된 이익에 부과될 필요가 없다는 다수 의견이 제시됐었다"라며 "조세와 부담금은 성격이 상이해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부분까지 입법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쟁점과 논의 과제' 보고서에서 "재건축 초과이익은 실현이익이 아닌 평가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부과율을 50%까지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개발부담금 등 유사 부담금과 비교했을 때 최대 부과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