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7채 사주 일가 거주·사적 사용
최고 공시가 200억…해외 사택도 조사
Chat GPT 생성 이미지회사 자산이어야 할 고가 법인주택 1000채 이상이 사주 일가의 ‘내 집’처럼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를 기업 전반의 탈세 위험 신호로 보고 혐의가 확인된 법인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23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종합부동산세 대상 법인주택 2639채를 처음으로 전수 점검했다. 임대용 주택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주택 385채를 제외한 1097채(42%)는 사주 일가가 거주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밝혔다. 고가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에는 연 매출 수십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부터 매출 수십조 원대 대기업까지 포함됐다.
주택 가격도 일반적인 사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점검 대상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20억 원을 넘었다. 공시가격 30억 원 초과 주택은 453채였고 100억 원을 넘는 주택도 12채에 달했다. 가장 비싼 주택은 공시가격만 200억 원을 웃돌았다. 시세로는 3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사적 사용 방식도 다양했다. 일부 기업은 한강 조망권을 갖췄거나 서울 강남·용산에 자리한 초고가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보유했다. 이후 사주나 자녀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했다. 회사 안에서는 평직원들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유지됐다.
개인이 보유하던 고가주택을 법인에 넘긴 사례도 있었다.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명의만 법인으로 바꾼 뒤 사주 일가가 계속 거주한 방식이다. 주택 구입비와 관리비는 법인이 부담하고 실제 사용 이익은 사주 일가가 가져갔다.
직원 복지를 앞세운 사례도 확인됐다. 법인 명의로 100억 원이 넘는 고급 콘도를 취득한 뒤 일반 직원에게는 이용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오너 일가나 일부 임원만 사적으로 사용했다. 직원 복지시설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오너 전용 휴양시설처럼 운영됐다.
법인 명의 주택을 보유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업무상 필요한 직원 기숙사나 사택은 정상적인 법인 비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 주주가 아닌 임원이나 직원에게 업무 목적으로 제공하는 사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출자 임원이나 그 친족이 법인주택을 사적으로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행 법인세법 시행령은 이들이 사용하는 사택의 유지비·관리비·사용료 등을 업무와 관련 없는 지출로 분류한다. 관련 비용은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무상 거주로 얻은 이익도 과세 대상이다.
향후 세무조사에서는 사택이 실제 업무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사주 일가가 적정한 임대료를 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인이 주택 취득비와 관리비를 비용으로 처리했는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회사가 대신 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세무조사는 주택 관련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의 세금 신고와 자금 흐름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검증 범위도 국내 황제사택에 한정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회장 자녀에게 해외 사택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유학비를 대신 내준 행위도 살펴볼 계획이다. 고급 콘도와 해외 주택, 교육비 대납 등 법인자금을 이용한 오너 일가의 호화생활 전반으로 칼끝을 넓힌다.
임 청장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번 점검이 ‘회사의 공적 영역’과 ‘오너의 사익 추구’ 경계가 모호한 기업들에 대해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