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낙폭, 외국인은 펀더멘털
급락장 저가 매수…과거에도 되풀이
코로나 폭락장서도 외국인 ‘판정승’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투자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과 일부 선별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 가운데 누가 더 나은 성적을 거뒀는지 관심이 쏠린다.24일 한국거래소(KRX)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분석한 결과, 최근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기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개인은 주가가 단기간 크게 밀린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포에 사는’ 역발상 투자에 나섰지만, 외국인은 실적 모멘텀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선별적으로 담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이후 약 5개월 만에 코스피가 장 중 한때 6000선 아래로까지 밀린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1일까지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기로 총 1조8535억4431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LG이노텍 2755억9850만원, 두산에너빌리티 1조647억8731만원, 한국전력 1637억2596만원, SK이터닉스 1355억5537만원 순이었다.
이들 대부분 해당 기간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하거나 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이노텍은 7월 28일 하루에만 16%대 급락했고, SK이터닉스도 같은 날 14.71% 하락한 데 이어 변동성이 극심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7월 28~29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선택은 달랐다. 외국인은 주가가 급락한 종목보다 실적 전망이 견조하거나 업황 개선 기대가 살아 있는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에는 삼성전자(1조7404억9973만원), SK스퀘어(8229억1693만원), 현대모비스(2277억1720만원), 셀트리온(2260억7610만원), 한화오션(2215억3063만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개인보다 업종은 분산돼 있지만 공통적으로 시가총액이 크고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라는 특징이 강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가치,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로봇, 셀트리온은 바이오, 한화오션은 조선이라는 식으로 실적·산업 모멘텀이 명확한 대표주에 자금이 몰린 모습이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4%로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의 7.6%와 비교해 높았다. 상승 종목 수도 개인은 5개 가운데 4개, 외국인은 5개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는 이 기간 28.0% 뛰었고, 순매수 2위 SK스퀘어도 21.4% 상승했다.
공포에 산 개미도 평균 7.6%로 선방했지만, 결과적으로 외국인의 선택(15.4%)이 두 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급락장 마다 ‘사자’ 나서는 개미…과거에는 어땠나
코스피가 전장보다 360.42p(5.98%) 내린 5663.24로 마감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개인투자자들이 증시 급락 국면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코로나19 충격과 미국발 관세 충격 등 시장이 단기간 급락할 때마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던지고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흐름이 반복됐다.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폭락장이다.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1439.43까지 추락했다. 당시 외국인은 2020년 3월 5일부터 19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약 8조5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7조47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개인의 저가 매수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2020년 3월 19일부터 4월 17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32.69%였다. 다만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49.39% 올라 외국인의 종목 선택이 더 나은 성적을 냈다.
이 외 2024년 8월 ‘블랙먼데이’, 지난해 4월 미국발 관세 충격 등 증시가 단기간 급락할 때마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던지고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흐름이 반복됐다.
과거 흐름과 최근의 장세 및 수익률을 분석했을 때, 폭락장에서 개미의 저가매수는 보통 통했지만 종목 선별에서는 외국인이 한 수 위였단 공통점이 나타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큰 장세일수록 단순히 주가 낙폭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실적 전망과 밸류에이션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상승에 가려졌던 실적의 주가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높은 변동성에도 시장 전반에 대한 보수적 접근보다는 종목별 펀더멘털에 무게를 두고 어닝서프라이즈에 이어 연간 최대 실적까지 예상되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