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3분기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돌고 상장 첫날부터 손실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모주 불패' 기대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8곳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25% 하락했다. 리츠와 스팩은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9%, 13%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새내기주의 낙폭이 더 컸다.
8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곳은 인제니아테라퓨틱스 한 곳뿐이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공모가 대비 57% 하락했고 레몬헬스케어와 딜리셔스도 각각 48%, 46%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당일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3분기 신규 상장 기업의 첫날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96%에 그쳤으며 절반인 4곳은 첫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레몬헬스케어가 상장 첫날 6% 하락한 데 이어 에이치엘지노믹스는 31%, 딜리셔스와 기도산업은 각각 27%, 35% 떨어졌다.
불과 한 분기 전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2분기 신규 상장 8개사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33%에 달했다. 마키나락스와 폴레드, 코스모로보틱스 등 3개 종목은 첫 거래일 공모가의 4배까지 치솟는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했다. 당시 코스피가 분기 기준 68% 급등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 점이 공모주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규 상장 종목에 붙던 프리미엄도 빠르게 낮아졌다.
제도 변화도 IPO 시장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중복상장 관련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새 심사 기준의 실제 적용 사례를 확인한 뒤 일정을 정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새 기준에 따라 물적분할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는 '3%룰' 방식의 주주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사회에도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주주와의 소통 등 강화된 의무가 부과된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강화된 상장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IPO 시장이 강하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분쟁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국내 상장 요건 강화, 대기업 자회사 중복상장 규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이 겹치면서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대형 IPO가 시장에 등장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지난 6월 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시장에서는 구다이글로벌과 무신사 등 투자자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다수의 심사 청구·승인 기업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IPO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새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첫 상장 사례가 성공적으로 등장할 경우 그동안 일정을 미뤄온 대어급 기업들의 IPO 재개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향방은 증시 안정 여부와 함께 '대어'의 귀환에 달릴 전망이다. 2분기 '따따블' 열풍 이후 급격히 냉각된 투자심리를 다시 끌어올릴 만한 대표 상장사가 등장할지가 IPO 시장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