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풀렸지만…집단대출엔 ‘훈풍’, 개별 주담대는 ‘빗장’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차주 1인이 새로 받은 주담대는 평균 2억829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2110만원(9.2%) 감소했다. 이는 2013년 1분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체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도 차주당 3414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128만원 줄어 2023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대출 갈아타기나 추가 대출이 대폭 줄어든 결과다.
신규 대출은 감소했지만 20·30대 기존 차주의 주담대 부담은 여전히 컸다. 20대 차주의 평균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보다 575만원 늘어난 2억394만원으로 처음 2억원을 넘어섰다. 30대의 평균 주담대 잔액은 2억3419만원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순증 여력은 종전 약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 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공급이 확대된 것은 집단대출이다. 금융당국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 가격별 대출 한도는 유지하는 대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 관련 집단대출을 은행별 가계대출 목표와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은행권의 경쟁도 아파트 집단대출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의 경우 5대 은행이 배정한 잔금대출 한도가 당초 5000억원에서 하루 만에 1조550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최저 연 4.5~4.6%대 금리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총량 관리 부담이 적은 데다 확실한 담보를 가진 다수의 차주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 창구를 찾는 개별 차주의 사정은 딴판이다. NH농협은행이 지난 20일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취급을 재개했지만, 다른 주요 은행들은 아직 일반 주담대 제한을 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지역에 상관없이 최대 3억원으로 자체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비대면 주담대와 변동금리 주담대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접수도 제한하는 등 강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집단대출에는 낮은 최저 금리를 제시하면서 개별 차주에게는 빗장을 걸어 잠그는 온도 차가 나타나는 셈이다.
/뉴시스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주담대 금리 상단 6% 중반대… 한도 나와도 이자 부담
개별 주담대 차주에게는 높은 금리도 부담이다.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7~5.89%로 이달 들어 0.08~0.14%포인트 올랐다. 금리 상단은 지난해 3월 연 5.93%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 6%에 바짝 다가섰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른 영향이 컸다.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18%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올라 넉 달 연속 상승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5년 주기형·혼합형)는 이보다 높은 연 5.16~6.59%다.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24일 연 4.388%로 연초의 3.495%보다 0.893%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주담대 금리에 반영되면서 대출 한도가 나오더라도 차주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더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은 8·13 대책의 영향으로 3분기 신규 대출이 다시 증가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실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주담대 통계가 반등하더라도 개별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절벽 해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