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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주銀 합쳐야…지방은행 딜레마[김보형의 뷰파인더]

얼라인의 'BNK금융·JB금융' 합병 제안
어두운 지방은행의 미래가 진짜 '위기'
지방금융지주 자성 계기 삼아야


“지방은행의 미래가 그만큼 어둡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2023년 시중은행을 상대로 주주행동 캠페인을 펼쳤던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이번엔 영호남에 기반을 둔 지방금융지주의 합병을 제안했다. 부산·경남은행 모기업인 BNK금융지주와 광주·전북은행 모기업인 JB금융지주를 합치자는 얘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지분 14.8%와 BNK금융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다. BNK금융과 JB금융이 일단 합병 타당성 검토에도 착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번 합병 제안은 산업 공동화와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지방은행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는 늙어가고…산업 떠나는 ‘지방’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지방 거점 도시들은 고령화와 주요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영호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18.7%에서 2032년 30.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인구 3명 중 1명 가까이가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수도권 대비 영호남 지역 생산 비중도 2016년 66.6%에서 2024년 기준 59.3%로 하락했다. 지역경제 축소로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등 영호남 지방은행의 원화 대출 점유율은 작년 기준 6.0%에 그친다. 수도권 중심의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 점유율(55.5%)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BNK·JB금융의 합병을 제안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지난 7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호남의 인구와 경제력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주주(얼라인파트너스)로서 봤을 때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독자 존속을 하는 것이 선택지인가. 이는 점진적으로 위축되는 ‘슬로 데스(Slow Death)’에 불과해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본다”며 합병 필요성을 제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BNK금융과 JB금융 등 두 금융지주의 통합이 지방은행의 장기적 존립을 보장하는 시장주도형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BNK금융(부산·경남은행)은 영남, JB금융(광주·전북은행)은 호남을 핵심 권역으로 두고 있어 통합 시 점포나 고객 중복에 따른 자기잠식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정부가 영남(약 312조원)과 호남(약 896조원)에 약 1208조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합병 시 234조 ‘지방금융지주’ 출범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대로 BNK금융지주(2025년 기준 자산 161조원)와 JB금융지주(73조원)가 합병할 경우 총 자산 234조원 규모의 최대 단일 지방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된다. KB금융(798조원), 신한금융(786조원), 하나금융(675조원), 우리금융(601조원) 등 4대 금융지주와 비상장사인 NH농협금융에 이은 6위권에 오를 수 있다.


얼라인은 BNK금융과 JB금융의 합병지주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JB금융 수준(1.83%)으로 수렴하고 중복 비용 제거와 전산 효율화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제외한 판관비를 10% 절감할 경우 합병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단순 합산 기준 9.1%에서 12.8%로 3%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 ROE(10.62%)와 우리금융 ROE(9.01%) 등 4대 금융지주 중 두 곳을 앞서는 셈이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영업경비율(CIR)도 직원 감원 없이 45.5%에서 38.7%로 낮춰 시중은행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BNK금융과 JB금융이 합병할 경우 시가총액은 단순 합산으로 약 10조3000억원에 달해 카카오뱅크(약 10조9000억원)와 상응하는 규모로 추산했다. 사업적 시너지 실현 시 약 14조5000억원,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약 20조3000억원까지 시총이 불어날 수 있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실적 악화’

BNK금융과 JB금융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 이후 2주 만인 같은 달 28일 공시를 통해 “합병 타당성 검토에 착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합병 타당성 검토 착수를 논의한 BNK금융 이사회에는 8명의 이사진이 참석해 5명이 반대했다. 찬성표를 던진 이사는 2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JB금융도 “이사회 논의 결과 현시점에서 합병 여부에 관한 검토에 착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사회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처음부터 합병 추진 가능성을 낮다고 봤다. 합병 시 BNK금융과 JB금융 대주주들의 지분 희석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양사 경영진과 노동조합까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방시민단체도 합병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단기 수익 극대화에 매몰돼 BNK금융과 JB금융의 합병 검토를 제안했다”며 “지역은행은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민들의 금융 안전망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사회기반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지방금융지주의 합병 추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지방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은 분명하다. BNK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118억원으로 전년보다 13.5% 감소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20.1%와 2.2% 줄었다. BNK금융 계열사 중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부산·경남은행뿐이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3857억원)을 낸 JB금융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계열사는 광주·전북은행이 아닌 JB우리캐피탈(1768억원)이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2%와 19.0% 줄어든 1467억원과 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은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의 올 상반기 말 평균 연체율은 1.33%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북이 1.69%로 가장 높았고 제주(1.58%), 광주(1.21%), 경남(1.15%), 부산(1.02%) 순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평균 연체율(0.39%)과 비교해선 3배 이상 높다. 대기업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대신 중소기업 및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 특성상 하반기 연체율은 더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금융지주 합병을 제안한 얼라인파트너스의 노림수와 관계없이 지방은행에 메스를 들이댈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와 산업 공동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방은행의 단골 주장인 지자체 금고 운영권의 확보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지방은행 경영진과 지방 토호 세력의 유착 관계가 부실 대출 등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은행 특유의 ‘끼리끼리’ 조직 문화도 문제다. 같은 고향 출신이거나 학교 선후배들이 모인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내부통제 등에서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쏘아올린 지방금융지주 통합 논의에 무조건 반대하기에 앞서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를 지방은행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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