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 Jensen Huang, president and CEO of Nvidia, waits for a groundbreaking ceremony for an expansion of Coherent's manufacturing facility to begin on June 16, 2026, in Sherman, Texas. (AP Photo/Jeffrey McWhorter, File) FILE PHOTO/2026-08-27 06:07:03/<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26일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고 향후에도 가파른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자 미국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4% 넘게 올랐다. 엔비디아 실적에 힘입어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마벨테크놀로지 등 AI 반도체 관련주도 시간 외 거래에서 일제히 상승했고, AI 데이터센터 업체 네비우스와 코어위브도 6% 안팎 급등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AI 보안업체 옥타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도 각각 19%, 12% 넘게 뛰었다. 27일 코스피에서도 SK하이닉스는 5.45%, 삼성전자는 3.06% 상승 중이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이 회사 주주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엔비디아 칩이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와 첨단 AI 모델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어 회사 실적이 인공지능(AI) 산업 전체의 ‘풍향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AI 투자에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엔비디아 실적은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을 포함한 빅테크들은 올해 AI 인프라에 7300억달러 이상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약 4000억달러에서 80%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런 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는지가 엔비디아뿐 아니라 메모리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AI 생태계 전체의 실적을 좌우한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의 높은 기대를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962억2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18%,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한 분기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17% 급증했다.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도 1080억달러 안팎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오히려 하락했다. 실적 발표 후 약 40분 동안에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지난 4년 동안 약 1700% 폭등했고, 이번 실적 발표 전까지 8분기 연속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스 히클 마인드셋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엔비디아의 과제는 좋은 숫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이미 기대하고 있는 훌륭한 숫자보다 더 좋은 숫자를 내는 것”이라며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은 사실상 ‘입장료(price of admission)’”라고 했다.
주가의 방향을 바꾼 것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전망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AI가 본격적인 성장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8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하락하던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 반전해 시간외 거래에서 4.2% 뛰었다. 거래량도 5000만주를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낙관적인 전망은 AI 관련주 전체로 번졌다. CNBC 등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시간외 거래에서 4% 가까이 올랐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3% 이상 상승했다. 마벨테크놀로지는 3% 가까이, 인텔은 1% 넘게 올랐다. 브로드컴과 AMD도 상승했다. AI용 데이터센터를 빌려주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와 코어위브는 각각 6% 안팎 급등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AI 서버뿐 아니라 메모리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AI 투자 열기는 반도체를 넘어 보안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기업용 신원관리 보안업체 옥타는 이날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8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옥타의 성장 배경에는 ‘에이전트 AI’가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에 접속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접근 권한을 통제하는 보안 수요도 커지고 있다. 호실적과 연간 전망 상향에 옥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9.4% 급등했다.
글로벌 1위 고객관계관리(CRM) 업체 세일즈포스도 같은 날 시간외 거래에서 12.7% 뛰었다. 2분기 매출은 113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1% 늘었고 시장 예상치인 113억2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순이익은 35억3000만달러로 87% 급증했다. 특히 세일즈포스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등에 투자한 지분에서 26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평가이익을 거뒀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 자체는 과거처럼 독주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 주가는 12% 넘게 올랐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60% 이상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수혜가 엔비디아 한 곳에서 메모리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산하면서 다른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이다.
AI 투자에 대한 경계론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이 고객이나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고, 이들이 다시 그 돈으로 AI 칩과 인프라를 구매하는 이른바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