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뇌전증 영업망 활용…“가장 현실적인 선택”
최대 매출 20억弗 전망…엑스코프리 의존도 완화
연말 임상 데이터 관건…성공 시 기업가치 재평가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SK바이오팜SK바이오팜(326030)이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BHV-7000)’을 도입하면서 주력 제품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후기 임상에 진입한 자산인 데다 기존 미국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어 두 번째 상업화 제품으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27일 SK바이오팜에 대해 “오파칼림 도입으로 엑스코프리 중심의 단일 성장동력(One Product)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며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SK바이오팜이 가장 잘하는 뇌전증 시장에서 지배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SK바이오팜은 전날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부분발작 치료제로 임상 2·3상을 진행 중인 오파칼림을 최대 7억 95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총 4억 달러로 거래 종결 시 3억 5000만 달러, 1년 뒤 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오파칼림은 Kv7.2·Kv7.3 칼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1일 1회 경구용 뇌전증 치료제다. 임상 2상 연장시험(OLE)에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초기 개념입증(PoC)을 확보했으며 현재 허가를 위한 2개의 후기 임상이 진행 중이다.
허 연구원은 “임상 데이터가 이미 축적돼 개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2029년 상업화까지 가시성이 높은 자산을 두 번째 제품으로 선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새로운 질환으로 영역을 넓히기보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뇌전증 시장에서 기존 영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외부평가기관의 수익 추정에 따르면 오파칼림의 미국 매출은 2029년 2100만 달러에서 2030년 1억 달러, 2031년 1억 9000만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대 매출은 2042년 2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SK바이오팜은 2028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해 2029년 상반기 미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계약금 지급에 따른 단기 손익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거래 종결 시 지급하는 계약금 3억 5000만 달러는 무형자산으로 인식돼 지급 시점에 비용으로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매출이 발생하는 2029년부터 관련 자산의 상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상 진행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는 실적 추정치의 변수로 꼽혔다. 허 연구원은 “올해 남은 기간부터 내년까지 분기당 약 2000만 달러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기 R&D 비용은 2026년 약 4800만 달러, 2027년 7400만 달러, 2028년 43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시장은 오파칼림 도입을 파이프라인 공백 우려를 줄이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계약 발표 당일 SK바이오팜 주가는 9%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5639억 원 증가했다. 허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에 집중됐던 성장동력이 다변화되면서 경쟁 신약 출시에 따른 주가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2027년 말~2028년 출시가 예상되는 제논(Xenon)의 Kv7 활성화제 ‘아제투칼너(Azetukalner)’와 비교해 오파칼림이 안전성과 내약성 측면에서 차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건은 임상 데이터다. 오파칼림의 RISE2·RISE3 임상 2·3상 데이터가 2026년 말부터 2027년 초 사이 공개될 예정으로, 결과에 따라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후기 임상 결과는 2028년 초 발표가 예상된다. 오파칼림의 물질특허는 2039년까지이며 특허기간 연장을 통해 보호기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오파칼림이 다른 중추신경계(CNS) 질환에서 임상 실패를 경험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허 연구원은 “오파칼림은 지난해 12월 주요우울장애(MDD)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앞서 조울증 후기 임상에서도 실패했다”며 “바이오헤이븐은 MDD 임상 실패 이후 정신질환 관련 추가 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면역학·비만·뇌전증 프로그램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원 프로덕트 리스크를 해소하고 2029년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연말 오파칼림 임상 성공과 향후 뇌전증을 넘어선 추가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