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피해 포함땐 700여명 추정
“네팔 라수와, 하이킹 인기 지역”
힌두교 종교행사로 수천명 몰려
굴착기-헬기 동원해 생존자 구조 26일 네팔 북부 라수와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누와코트에서 굴착기를 사용해 진흙 등으로 범벅이 된 한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지붕 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 남성 또한 구조 헬리콥터에 올라타고 있다. 누와코트=AP 뉴시스·사진 출처 네팔군 X26일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산맥 일대의 라수와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여행객 644명의 80.3%인 517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현지 주민, 군경 등을 포함한 전체 실종자 또한 최소 826명이라고 네팔 당국이 밝혔다. 국경 너머 중국 티베트의 피해 인원까지 합치면 실종자 약 1400명 중 700여 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라수와는 안나푸르나와 더불어 네팔의 대표적인 히말라야 트레킹 관광지다. 인근에 힌두교 성지(聖地)가 있고 티베트 내 힌두교 성지로 가는 순례길도 있어 외국인 관광객과 순례객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피해가 많은 것 또한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이웃나라 인도 국적자 178명 최다
27일 네팔관광청,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홍수 피해 지역에서 연락이 끊긴 외국인 여행객의 국적은 32개국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인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벨기에 등이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는 네팔과 국경을 면한 인도로 현재까지 178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네팔 내 인도인 거주자가 많은 영향도 있다. 2021년 네팔 인구총조사에서 외국 국적 거주자는 전 인구의 0.47%인 약 13만7000명으로, 이 중 96% 이상이 인도인이었다.
이 밖에 미국, 유럽, 호주 등 서구권 국적자들은 트레킹 등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라수와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산악 지대다. 티베트와 마주 보고 있어 험준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랑탕 계곡은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와 더불어 네팔을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특히 카트만두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육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이번에 홍수 피해가 컸던 샤브루베시는 현지의 유명 관광지인 랑탕 계곡, 타망족 전통마을 등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타망 헤리티지 트레일’의 출발지여서 인파가 몰린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는 숙박과 식사를 함께 제공하는 티하우스, 로지 등 여행객 편의 시설이 많다. CNN은 라수와를 “하이킹 휴가로 인기가 있는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 힌두교 성지 즐비
라수와는 티베트의 힌두교 성지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르 호수로 가는 길목에 있다. 순례객들은 통상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라수와의 샤브루베시와 티무레를 거쳐 두 성지로 향한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라수와가디를 거쳐 이곳으로 갈 예정이던 순례객 390명이 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중 네팔인은 93명, 나머지는 대부분 인도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달 28일 네팔 전통 명절 ‘자나이 푸르니마’를 앞두고 라수와 일대의 고사인쿤다 호수에도 많은 순례객들이 몰렸다. 랑탕 국립공원에 있는 이 호수 역시 힌두교에서 시바신과 관련된 성스러운 호수로 여겨진다.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이 독을 삼킨 뒤 목의 열을 식히기 위해 삼지창으로 산을 내리쳐 솟아난 물이 이 호수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이에 힌두교 신자들은 자나이 푸르니마 명절에 이 호수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는 카일라스산 순례철, 자나이 푸르니마 명절이 겹치면서 통상 트레킹 비수기인 8월임에도 라수와 일대에 많은 외국인 순례객이 몰렸고 피해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사회는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국무부는 26일 현지에 재난 지원 대응단을 파견하고 50만 달러(약 6억9000만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또한 구조 인력 1000여 명을 급파했다. 국경을 면한 인도 또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