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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흔드는 美 국채 금리 쇼크… 주요국에 날아든 빚 상환 청구서

30년 美 국채 금리 19년 만에 5%대… 美 나랏빚 처음으로 40조 달러 돌파
중동전쟁-감세 등으로 부채 악순환
韓-日-獨 주요국 장기 금리 올라… 정부-가계-기업 빚 부담 가중
투자 유인 떨어져 증시에도 부담
 “미국 국채는 더 이상 특별한 자산이 아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의 정치 매체 액시오스는 “이것이 바로 최근 몇 주 동안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의 이면에 숨어 있는 냉혹한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이자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혀 온 미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으며, 미 정부가 더 이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달 들어 미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미 국채를 소화하는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국채 발행 물량, 매도 규모가 많아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 모두 수십 년 만에 최고치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각국의 나랏빚이 오랜 기간 누적됐는데 중동 전쟁까지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이것이 국채 금리의 상승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1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연 3.0% 시대를 열었다.

● 美 나랏빚 40조 달러 돌파, 이자 부담 가중

 26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5.182%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영업일인 1월 2일(4.864%)보다 0.318%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들어 한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9년 만에 최고인 5.3%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재무부가 장기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 개입 의지를 보이면서 금리 상승 폭이 줄어들었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와 국채를 내세워 대규모 부채에도 버텨 왔다. 하지만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막대한 부채 부담이 주목되고 있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8일 기준 미국의 총 연방부채는 40조474억 달러(약 5경5300조 원)를 나타냈다. 전날 39조9867억 달러에서 하루 만에 600억 달러 넘게 증가하며 처음 40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과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에서 시작해 세계 금융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빚 부담이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 전쟁 비용이 발생한 영향도 있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국들의 장기 국채 금리도 상승세라는 점이다. 한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95%로 올 1월 2일(3.255%)보다 1.34%포인트 올랐다.

장기 금리가 뛰는 것은 각국 정부의 국가 부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낮았던 코로나19 직후에 쌓인 막대한 빚이 오늘날 국채 발행과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 증가세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안팎의 재정 적자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여긴다. 로이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국가 부채 증가율보다 빨랐기 때문에 미국의 부채 변동은 어느 정도 통제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통제 불가’의 지점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우려한 셈이다.

● 빅테크 대규모 채권 발행도 영향

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초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점도 장기 국채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이 전 세계 채권 시장의 여유 자금을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등 AI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올해 들어 약 2200억 달러(303조7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국채 금리 상승은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릴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끌어올려 일반 소비자들의 대출 부담도 키운다. 증시에도 부담스러운 변수인 건 마찬가지다.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에서 5%가 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을 살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이익과 성장성 등 미래 가치에 기대 자금을 조달하는 바이오 등 기술 관련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계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 기업, 정부의 부담이 모두 커지고 있다”라며 “높아지는 금리 수준에 맞춰 경제 주체들이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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