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3%·내년 2.9% 성장 전망…반도체 호황에 긴축 명분 강화
근원물가 내년까지 2.5%…집값·환율 금융불균형에도 동시 경고
점도표 중간값 3.25%·‘인상 기조’ 문구 삭제…국고채 금리는 급반락
증권가 최종금리 3.25% VS 3.50%…10월 동결 전망엔 대체로 한목소리
두 달간 0.50%p 올린 뒤 속도 조절…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
서울 집값 제동·원화 강세 기대…가계·기업 이자 부담은 더 커질 듯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끌어올리며 이례적인 '백투백 인상'을 단행했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투자에 이어 내수까지 밀어 올릴 경우 물가 불씨가 기대인플레이션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주택가격과 환율 등 금융안정 위험까지 겹치자 한은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담을 감수하고 선제 긴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리인상의 속도와 최종 도착점은 구분했다.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는 강수를 두면서도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3.25%에 머물렀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빠졌다. 빠르게 올리되 오래, 높이 올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시장의 시선은 벌써 '10월 동결' 이후 최종금리가 3.25%에서 멈출지, 3.50%까지 갈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7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상으로, 불과 두 달 만에 긴축 폭이 0.50%포인트에 달했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선제 대응'이다. 아직 수요 측 물가압력이 전면화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성장세가 소득과 소비를 거쳐 서비스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전에 금리를 올리는 편이 향후 긴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한은 총재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7%p 높은 3.3%로 올렸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2.9%로 0.8%p 상향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올해 성장률을 0.35%p 끌어올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도 성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 2.7%, 내년 2.3%로 유지했지만 근원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높여 잡았다. 유가 하락에도 누적된 비용 충격과 수요 증가가 기조적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현하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가 내년까지 경제 전반으로 강하게 이어질 경우 최종금리를 3.50%까지 열어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성장률과 근원물가 전망의 동반 상향은 매파적이었지만 통화정책 결정문과 점도표는 시장의 긴축 공포를 누그러뜨렸다. 결정문에서 기존의 '금리인상 기조' 표현이 삭제됐고 향후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은 3.25%에 10표가 몰렸다. 3.50%는 6표, 현 수준인 3.00%는 5표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내년 성장률 전망 공개 직후 치솟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점도표가 확인되자 장중 고점에서 12bp가량 떨어졌다. 두 차례 연속 인상이 긴축의 총량을 키우기보다는 인상 시점을 앞당긴 '프런트로딩'에 가깝다는 해석이 확산한 결과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제적 인상이 긴축의 총량 증가를 뜻하지 않는다는 총재의 설명과 3.25%의 점도표 중간값이 최종금리 급등 우려를 낮췄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시장에서는 10월 금통위가 한 차례 쉬어가는 회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속 인상의 효과가 소비와 부동산, 환율, 시장금리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추가 인상의 시점으로는 11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을 두고 전망은 엇갈린다. 11월 한 차례 더 올려 3.25%에서 마무리한다는 시각과 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을 거쳐 3.5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선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종금리가 3.25%에서 끝날 가능성을 60%, 3.50%까지 오를 가능성을 40%로 본다"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동결과 11월 인상에 이어 내년 상반기 한 차례 더 올리는 경로를 반영해 최종금리 전망을 3.50%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강승원·김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차례 연속 인상 뒤 10월에는 동결하고 11월 3.25%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최종금리를 가를 첫 번째 변수는 내수의 회복 강도다. 반도체발 소득 증가가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으로 빠르게 번지고 개인서비스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 3.50% 인상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AI 확산과 재정지출이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를 끌어올리는지도 관건이다. 반대로 근원물가가 둔화하고 부동산·환율 불안이 잦아들면 한은은 3.25%에서 인상 사이클을 끝낼 여지가 커진다.
한은은 이번 인상이 물가뿐 아니라 금융불균형을 겨냥한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맞물리면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고 원화 강세를 유도해 수입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가는 적지 않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단기 충격은 일부 완화됐지만 기준금리 3%가 고착하면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가계와 자금 조달을 앞둔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확장 재정에 따른 국고채 공급 확대까지 겹치면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가 더디게 떨어지는 '커브 스티프닝'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금통위의 메시지는 '지금 세게 움직여 나중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의 호미가 물가와 집값을 제때 막아내지 못하면 시장은 더 큰 가래, 즉 3.50% 이상의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 10월 동결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내수와 물가로 번지는 속도다.